‘광주 여고생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장윤기가 사건 발생 약 두 달 만에 법정에서 성폭행이 살인의 동기였다고 인정했다. 어제 광주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진행된 두 번째 공판에서 장씨 측 국선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판단을 유보했던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목적의 살인’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사필귀정이다. 경찰의 사건 은폐·증거인멸 시도가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형량이 무거운 강간 등 살인 혐의는 묻히고 단순 살인으로 기소됐을 것이다. 국민은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경찰의 수사권 독점을 우려하고 있다.
장씨 사건을 계기로 시민사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6개 시민단체는 어제 ‘형사소송법 개정, 피해자에게 개악이면 안 된다’는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보완수사권 폐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단독 수사권을 행사하면 사회적 약자인 여성·장애인 등의 범죄에 대한 처벌과 피해 복구가 더 힘들어진다는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불안이 그만큼 크다. 단 한 사람의 억울한 피해자도 만들지 않는 것이 형사사법 시스템의 존재 이유 아닌가.
사정이 이런데도 강경파 입김에 휘둘리는 더불어민주당은 귀를 막고 있다. 민주당은 어제도 법사위 법안심사 2차 회의를 강행하며 보완수사권 폐지 속도전에 나섰다. 보완수사권 폐지 우려에 대해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느냐”는 박지원 의원의 발언은 무책임하다. 하지만 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보완수사권 존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고, 같은 당의 곽상언·이소영·모경종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도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한적인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혔고, 예외적인 경우까지 막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결정은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다. 당정분리가 원칙이라고는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범죄자만 웃는 정책이라면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잘못된 입법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도 대통령의 책무다. 여당이 끝내 입법을 강행한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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