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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0이 바닥이라더니”…일주일만에 깨진 공식, 코스피 무너뜨린 ‘29% 쏠림’ [숫자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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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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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 최고치서 25.3% 급락…장중 서킷브레이커 발동
반도체 3사 MSCI 비중 29%…외국인·기관 동반 매도
‘1만피’ 전망 시험대…반도체 이익, 외국인 수급 변수

“7290이 바닥이라더니?”

 

13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669.01포인트(8.95%) 급락한 6806.93에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장중에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다. 뉴스1
13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669.01포인트(8.95%) 급락한 6806.93에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장중에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다. 뉴스1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9.01포인트(8.95%) 급락한 6806.93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오후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다.

 

이날 낙폭은 종가 기준 역대 네 번째로 컸다. 장중에는 6783.43까지 밀렸다. 삼성전자가 10.70%, SK하이닉스가 15.37% 폭락하면서 지수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불과 일주일 전 증권가가 과거 조정 패턴을 토대로 제시한 ‘기술적 저점’ 7290도 힘없이 뚫렸다. 코스피는 보고서가 나온 지 사흘 뒤인 지난 9일 7291.91에 마감했다. 7290과 불과 1.91포인트 차이였다. 하지만 나흘 뒤인 이날은 6806.93까지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114.55를 기록했다. 이후 3주 만에 25.3% 빠졌다. 지난달 19일 장중 최고치 9385.59와 비교하면 이날 종가는 27.5% 낮다.

 

수급도 얼어붙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7047억원, 기관은 2조2193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3조8822억원을 사들였지만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7290이라는 숫자는 왜 바닥이 되지 못했을까. 1만포인트를 넘어 1만1450까지 열려 있다는 장기 전망은 여전히 유효할까. 답을 찾으려면 지수보다 먼저 반도체 이익과 외국인 수급을 봐야 한다.

 

◆‘20% 룰’의 한계…7290 밑으로 483포인트

 

하나증권이 제시한 7290은 기업 실적이나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계산한 절대적 지지선이 아니었다. 과거 주가 흐름을 현재 시장에 대입한 기술적 추정치였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지난 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2023년 이후 코스피가 직전 고점보다 최대 20%가량 하락한 뒤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고점인 9115에 같은 하락률을 적용해 계산한 수치가 7290이었다.

 

당시 20일 이동평균선과 지수의 간격을 나타내는 이격도가 2025년 이후 평균인 103.3%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가정 아래 단기 반등 가능 지수로는 9240을 제시했다. 어디까지나 과거 최대 낙폭과 평균 이격도를 활용한 시나리오였다.

 

시장은 이 경험칙보다 깊이 밀렸다. 지난달 22일 9114.55였던 코스피는 이날 6806.93까지 내려왔다. 하락률은 25.3%에 달한다. 7290보다도 483.07포인트 낮다.

 

과거 최대 낙폭이 이번에도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으로 국제유가 불안이 커진 가운데 반도체 고평가 논란과 외국인·기관의 동반 매도가 겹쳤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청산과 재조정이 주가 변동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투자심리도 급격히 나빠졌다. ADR 프리미엄이 장기간 유지되면 국내 본주가 받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8% 밑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도체 실적이 이미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는 이날 상장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일부 증권가는 이번 하락을 실적 훼손보다 밸류에이션 조정과 수급 충격의 결과로 보고 있다.

 

◆“삼전닉스 역전이 정점”…조건은 맞아떨어졌다

 

7290이라는 저점 추정은 빗나갔지만, 두 달 전 제시된 고점 신호는 실제 시장 흐름과 맞물렸다.

 

이 실장은 지난 5월18일 ‘코스피, 이제 10,000p 시대로’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경우를 강세장 종료 신호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당시 2026년과 2027년 순이익 추정치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컸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넘어선다면 실적보다 주가 기대가 빠르게 앞서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조건은 지난달 22일 현실이 됐다. SK하이닉스는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처음 넘어섰고, 같은 날 코스피는 9114.55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 거래일인 23일 코스피는 9.99% 폭락한 8203.84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고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그렇다고 시가총액 1위 교체만으로 시장의 고점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주가는 기업 실적과 금리, 환율, 유동성, 투자자 수급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이번 시가총액 역전도 시장의 고점을 만들어낸 원인이라기보다 당시 반도체주를 둘러싼 기대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반도체 3사 비중 29%…인도 전체의 약 3배

 

글로벌 투자업계가 경계하는 대목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 자체보다 극단적으로 높아진 지수 집중도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MSCI 신흥국지수에서 차지하는 합산 비중은 약 29%다.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된 인도 종목 전체 비중의 약 3배다. SK하이닉스 한 종목의 비중만으로도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합산 비중을 웃돈다.

 

신흥국에 분산 투자하는 지수지만 실제 자금의 3분의 1가량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 세 곳에 집중된 셈이다.

 

반도체주가 오르면 지수 내 비중이 커지고,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해당 종목을 다시 사들이게 된다. 상승기에는 주가를 더 밀어 올리지만 매도세가 시작되면 같은 구조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캐럴라인 쇼 멀티에셋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지수 편중과 한국 반도체주를 대상으로 한 레버리지 투자 확대를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신호로 평가했다. 블랙록투자연구소의 웨이 리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도 대형 반도체·메모리 종목의 변동성을 이유로 신흥국 주식의 초과 편입 비중을 줄였다고 밝혔다.

 

펀드 운용 규정도 기계적인 매도를 부를 수 있다. 일부 액티브펀드는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비중을 정해 놓는다. 주가가 급등해 편입 한도를 채우면 기업 전망이 달라지지 않아도 보유 주식을 줄여야 한다.

 

따라서 이날 외국인 매도를 모두 단순한 차익실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ADR 상장 이후 국내외 가격 차이와 펀드별 편입 한도, 지정학적 위험, 환율, 레버리지 상품의 재조정이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2027년 예상 순이익 946조원…‘1만피’의 조건

 

하나증권의 장기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다만 전망치가 만들어진 시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5월18일 보고서에서는 2027년 코스피 순이익을 853조원으로 추정하고, 2010년 이후 평균 주가수익비율인 9.96배를 적용해 지수 상단을 1만380으로 계산했다.

 

이후 7월 시장 전망 자료에서는 2027년 순이익 추정치를 946조원으로 높였다. 평균 PER 9.9배를 적용한 예상 시가총액은 9365조원, 지수 상단은 1만1450으로 상향됐다. 이날 코스피 종가보다 약 68% 높은 수준이다.

 

낙관론의 중심에는 반도체 이익이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57조2000억원, SK하이닉스는 37조61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만 94조8000억원을 웃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용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SK하이닉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문제는 이익의 지속성이다. 1만1450이라는 숫자가 현실이 되려면 946조원이라는 2027년 순이익 추정치가 유지돼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낮아지면 목표 지수도 함께 내려간다.

 

PER도 고정된 숫자가 아니다. 기업 이익이 늘어도 지정학적 위험과 고금리, 환율 불안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시장이 인정하는 주가 배수는 낮아진다. 946조원이 현실화한다고 해서 코스피 1만1450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中 메모리 증설…당장보다 2~3년 뒤가 변수

 

반도체 이익을 흔들 수 있는 중장기 변수는 공급 증가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는 기업공개와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CXMT는 상하이 기업공개를 통해 295억위안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은 생산라인과 기술 고도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YMTC도 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업체의 증설이 곧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은 요구되는 기술력과 수율, 고객사 인증 절차가 다르다. 신규 공장을 짓더라도 수율을 안정시키고 생산량을 끌어올려 실제 출하를 늘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첨단 장비 수출 규제도 중국 업체의 HBM 경쟁력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당장 시장 판도를 뒤집을 변수라기보다 앞으로 2~3년간 범용 메모리 공급과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를 앞지르면 메모리 가격과 수익성은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진다면 늘어난 생산 물량을 시장이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현 단계에서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7290보다 먼저 봐야 할 두 숫자

 

7290은 시장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바닥이 아니었다. 과거 최대 하락률을 최근 고점에 적용한 경험칙이었고, 시장은 일주일 만에 그 범위를 벗어났다.

 

앞으로 먼저 확인해야 할 숫자는 지수 전망치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예상 이익,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다.

 

코스피가 증권가가 기술적 저점으로 제시한 7290선을 뚫고 6806.93까지 추락한 가운데, MSCI 신흥국지수에서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3사의 합산 비중이 29%에 달하는 시장 쏠림을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코스피가 증권가가 기술적 저점으로 제시한 7290선을 뚫고 6806.93까지 추락한 가운데, MSCI 신흥국지수에서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3사의 합산 비중이 29%에 달하는 시장 쏠림을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반도체 이익 전망이 유지되고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잦아든다면 이번 급락은 과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수급 충격으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이익 추정치 하향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동시에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국 ‘1만피’는 정해진 미래가 아니라 반도체 실적과 외국인 수급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가능한 낙관적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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