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원점 재검토해야”
‘보완 필요성’ 응답도 39% 달해
군 안팎서도 전문성 저하 우려
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추진 중인 가운데 입시 수요자인 고교 수험생과 학부모 10명 중 6명가량은 이 정책이 현장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변화 시 아예 지원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이들도 많아 입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 안팎에서도 각 군의 전문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종로학원이 세계일보 의뢰로 고등학교 수험생 및 학부모 430명을 대상으로 10∼13일 설문조사한 결과, 국방부의 통합사관학교 정책이 사전 논의나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다는 부정 응답이 64.7%에 달했다. ‘매우 일방적’은 40.5%, ‘다소 일방적’은 24.2%였다. 반면 ‘대체로 소통하고 있다’는 6.5%, ‘매우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는 2.8%에 불과했다.
국방부는 1·2학년을 통합 교육하고, 3·4학년부터 군별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2+2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지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지방 설립 원칙’에 따른 육사 이전 문제와 통합 선발 방식 등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입시 수요자들 가운데도 정책의 전면 재검토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응답자의 41.4%는 정책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39.1%는 “여론 수렴과 유예 기간을 두고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80% 이상이 수정을 요구한 셈이다. 반면 “국방부 계획대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6.5%에 그쳤다.
최대 쟁점인 3학년 진급 시점 시 군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선 60.9%가 “성적 경쟁이나 쿼터 제한 등으로 원치 않는 군에 배정될 수 있어 불안하다”고 답해, “원하는 군을 신중히 선택할 수 있어 긍정적”(23.3%)이라는 의견을 크게 웃돌았다. 통합사관학교 도입 기대효과로 거론되는 ‘합동작전 수행 능력 향상’ 및 ‘교육 효율성 제고’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42.3%)이 동의한다(27%)는 의견보다 우세했다.
이러한 우려는 사관학교 지원 의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 도입 시 사관학교 지원 의향 변화를 묻는 질문에 “지원을 주저하거나 포기할 것”이라는 응답이 30.7%로 가장 많았다. 지원을 꺼리는 주된 요인으로는 “통합사관학교 출신 장교의 군내 위상 및 전문성 저하 우려”(47.7%), “입학 시점에 특정 군을 확정 지을 수 없다는 불확실성”(32.3%) 등이 꼽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 진학 단계에서부터 조기 진로를 결정하고 군의 특수성을 보고 지원하는 사관학교의 특성상, 통합 선발은 오히려 기피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원하는 군에 가지 못해 중도 이탈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방 전문가들도 이번 통합안이 각 군의 전문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고, 군 장교 양성 체계 전반에 대한 선행 검토 역시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도 저도 아닌 얼치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생도 수가 가장 많은 육군 위주로 교육이 쏠릴 수밖에 없고, 학군·학사 등 장교 양성 경로가 다양한 상황에서 사관학교 통합만으로 군 전체의 합동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소장은 “각 군별 필요한 장교 수와 교육·경력 방식 등 장교 양성체계를 먼저 검토한 뒤 사관학교 통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그런 진단 없이 통합부터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것이 문제다. 구체적인 교육 과정과 군 배정 방식 등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조기에 공개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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