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대비 63% 하락 상품 나와
13일 폭락 ‘100% 손실’ 초유 사태
기계적 리밸런싱 문제점 지적돼
거래대금 비중도 美의 4배 달해
당국, 연일 증권·자산운용사 소집
업계, 기본 예탁금 상향 등 검토
일각 “당국서 책임 떠넘겨” 불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변동폭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변동성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금융당국과 업계가 뒤늦게 제도 개편에 나섰다. 최근 이어진 약세장 속에서 관련 상품들이 줄줄이 신저가를 기록하고 투자자 전원이 손실을 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한 이후에야 진입 장벽을 높이고 상품 구조를 손질하려고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는 고점 대비 일제히 반토막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 상품 14종은 이날 6∼8%대 상승했다. 3거래일 만의 반등이었지만 주가는 역대 최고점 대비 여전히 반토막 난 수준이다. 일례로 거래량이 가장 많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최고가 대비 63% 폭락했고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도 55% 하락한 상태다. 특히 코스피가 9% 가까이 곤두박질친 13일에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투자자 전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손실 규모가 배로 불어나는 고배율 상품의 ‘음의 복리효과’가 타격을 키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리밸런싱(비중조절)이 증시 낙폭을 키우는 증폭기 역할을 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2배수 상품은 지수 하락 시 목표 노출도를 맞추기 위해 장 막판 동시호가 시간대에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장 마감 직전 집중된 투신권의 선물 매도 물량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리밸런싱 추정 매도 규모와 일치한다고 분석하며 “펀더멘털 우려에서 촉발된 하락장이 ETF 리밸런싱과 기관성 매도를 만나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초자산 대비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 비중이 5% 수준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20%를 웃도는 점을 짚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거래대금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까지 늘면서 두 종목의 영향력이 커진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100개 기업 기초 400여개 종목으로 자금이 분산된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2개 기업에만 16조원의 자금이 몰려 변동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자체안 내놨지만 볼멘소리도
사태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은 연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소집하며 보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0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ETF 쏠림 현상 관리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이날은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업 실무진 간담회를 열어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금융투자협회도 이날 10개 주요 증권사 대표(CEO)와 긴급회의를 열고 자율적인 투자자 보호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현재 1000만원인 기본 예탁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핵심 대안으로 검토했다. 또 매일 발생하는 리밸런싱 거래가 기초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리밸런싱 거래가 종가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해 거래 시기를 분산하고, 유동성공급자(LP)의 시장 안정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투자자 연령과 보유자산 등을 고려한 맞춤형 위험 경고와 안내를 강화하고, 투자자가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당국이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의 책임을 금융투자업계로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애초 당국이 허용해 출시한 상품의 부작용 수습을 민간에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증시 변동성은 일본 등 글로벌 반도체주의 쏠림 현상과 외국인 매도 등 종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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