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이른바 ‘국군사관학교’ 설립을 두고 각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원로 등 군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일 국방부가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기본계획을 발표하려다 브리핑 1시간40분 전 돌연 연기한 것도 악화한 여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당장 사관학교를 목표로 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극심하다. 세계일보 의뢰로 종로학원이 수험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4.7%가 통합사관학교 추진이 “일방적”이라고 답했다. 졸속 통합이 안보를 약화하는 자해행위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통합사관학교 부지는 서울보다는 지방이 유력하다. 육·해·공군 교육·훈련 기능이 집적된 군사교육 거점이자 한반도의 중심인 대전 자운대가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통합사관학교의 지리적 강점이 인재 유치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3명은 도입이 될 경우 “지원을 주저하거나 포기하겠다”고 했다. 수험생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열악한 처우 등으로 사관학교의 인기도 떨어지고 있다. 지방이면 인재 유치는 더 요원해진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통합 명분으로 거론한 사관학교 지원자의 성적 저하 논리가 궁색해 보인다.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합동성’은 미래 전장에서 필요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순히 사관학교를 합친다고 합동성이 자동으로 강화될 리 없다. 세계 최강의 합동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이 독자적인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합동성은 육·해·공군의 전문성이 탄탄한 기반 위에서 연합 훈련 등을 통해 키워 나가야 한다.
국군사관학교 창설 안은 국방부의 ‘내란극복·미래국방설계를 위한 민관군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산하 위원회가 만든 것이다.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도 불과 2개월 남짓이다. ‘내란청산’이라는 정치적 이유라면 더 문제다. 매년 임관 장교 중 사관생도는 10%에 불과하다. 사관학교의 단순한 통합을 넘어 육군3사관학교 등 다양한 장교 양성기관의 교육체계도 고려해야 한다. 정예 장교 양성 체제를 손질하는 건 국가 안보의 백년대계와 직결된다. 안보는 실험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도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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