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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 전장에 K깃발… 아시아 IB 시장 경쟁 본격 참전 [심층기획-글로벌 영토 넓히는 K-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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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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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서 도약

각국 200개 은행 몰린 금융도시
하나銀·우리銀 ‘亞지역본부’ 개설
‘50년 현지 네크워크’ 강점 하나銀
2025년 총자산 36억달러 급성장세
대형 IB 딜 도전장… 존재감 부각

교민 조력자 넘어 M&A·PF 노려
철저한 내부 통제 공들이는 우리銀
“규제만 잘 지켜도 영업기회 많아”
자금세탁방지팀 가동 리스크 관리
아시아 지점·현지 법인 ‘협업 거점’

하늘 높이 솟은 초고층 빌딩 숲, 밤을 낮처럼 밝히는 화려한 야경, 그리고 그 사이를 24시간 오가는 글로벌 자본들.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서울 면적의 1.2배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약 200개 은행 등 금융사들과 거대 자본, 정보가 몰리는 곳이다. 안정적인 정치·사법 시스템과 낮은 세율, 예측 가능한 규제, 지리적·언어적 이점이 싱가포르를 뉴욕, 런던과 더불어 세계 3대 금융도시로 성장시켰다.

총성 없는 금융 전장 한복판에서 한국계 은행들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싱가포르엔 4대 시중은행(신한·우리·하나·국민)과 함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진출해 있다. 특히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곳에 ‘아시아지역본부’를 두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진출 기업과 교민의 ‘금융 조력자’ 역할을 넘어 글로벌 금융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IB(투자은행)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50년 네트워크’로 글로벌 무대 도전장

하나은행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2015년 합병한 외환은행이 1973년 한국계 은행 중 최초로 이곳에 터를 잡은 게 그 시작이다. 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의 역할을 이어받아 싱가포르에서 교민, 지·상사 직원과 주재원들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싱가포르달러 결제망에 가입돼 있어 리테일(개인 대상 금융서비스) 창구 운영을 하는 점은 하나은행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반세기 넘게 현지에서 고객들과 동고동락하며 쌓아온 끈끈한 유대감은 하나은행의 최대 무기로 꼽힌다.

지난달 24일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한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박영민 지점장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곳은 외환은행의 역할을 이어받아 싱가포르 진출 국내 은행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싱가포르=구윤모 기자
지난달 24일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한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박영민 지점장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곳은 외환은행의 역할을 이어받아 싱가포르 진출 국내 은행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싱가포르=구윤모 기자

지난달 24일 방문한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고객을 맞는 리테일 창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대출 만기와 관련한 상담을 위해 지점을 찾았다는 현지 무역업체 KZ트레이딩 강정구 대표는 “하나은행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있다”며 “언제나 고객 수요에 맞게 빠른 서비스를 해줘 든든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 외에도 수출입 관련 수수료, 송금 수수료, 주선 수수료, 매매이익 등 다양한 비이자이익을 기반으로 최근 뚜렷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총자산은 2023년 25억9700만달러에서 2024년 26억8000만달러, 지난해 36억2100만달러로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200만달러, 2500만달러, 3300만달러로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박영민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장은 “싱가포르 소재 한국계 대기업 및 IB 신디케이션, 그리고 국내 지점 연계 자산 등 다양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순수 로컬기업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며 괄목할 만한 자산·수익성장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 입구. 싱가포르=구윤모 기자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 입구. 싱가포르=구윤모 기자

최근 하나은행이 주목하는 시장은 IB다. 기존 대출 중심의 수익모델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규모가 큰 아시아 IB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2023년 싱가포르에 아시아지역본부를 세워 자금센터를 설립하고 IB 인력을 상주시키는 등 기반을 다져왔다.

다만 IB 시장은 글로벌 금융사들의 강력한 ‘이너서클’이 형성된 곳이다. 기업의 인수합병(M&A), 수조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대형 IB 딜은 공개 입찰이 아니라 철저히 폐쇄적인 인적 네트워크와 사적 관계를 통해 물밑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후발주자인 국내 금융사들이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하나은행은 IB 역량을 확대하고 관련 자산을 빠르게 늘려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력한 만큼 주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확장 사업에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참여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당장 큰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규모가 크고 상징적인 딜에 꾸준히 참여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박 지점장은 “하나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스폰서들과의 직접적인 네트워킹 역량”이라며 “단순히 주선은행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스폰서, 자산운용사 등 주요 잠재 고객들을 직접 만나 관계를 구축하고, 딜을 초기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발굴하다 보면 그 과실이 우리에게도 충분히 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달 24일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한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양승용 지점장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구윤모 기자
지난달 24일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한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양승용 지점장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구윤모 기자

◆철저 내부 통제로 ‘아시아 IB 거점’ 도약

같은 날 오전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선 ‘리스크 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양승용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장의 ‘규제 준수가 곧 영업’이라는 지론에 따라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정례 회의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최신 규제 상황을 공유하고 취약점 등을 사전에 발굴해 리스크 관리 방향성을 잡아가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은 규제준수팀과 자금세탁방지팀도 신설하는 등 리스크 관리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회의를 마친 후 만난 양 지점장은 “싱가포르에선 규제만 잘 준수해도 영업의 기회가 많아진다”며 “우리 지점은 규제 준수, 내부 통제 면에서 충분한 인력과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더 강력하게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 직원들도 이 같은 방향에 공감했다. 홍콩 HSBC 은행의 서울지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니콜라스 용원하오 자금세탁방지팀장은 싱가포르지점의 리스크 관리 노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는 “우리 지점의 내부 통제 역량은 한국계 은행을 포함해 다른 외국계 은행들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강점이 있다”고 자부했다.

1980년 문을 연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지·상사 60여개 여신 거래처, 130여개 수신 거래처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영업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현지 상사들을 지원하는 무역금융서비스에서 강점을 보이며 수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싱가포르지점의 자산규모는 2024년 18억7200만달러에서 지난해 17억7900만달러를 거쳐 올해는 2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외화대출금과 영업수익 역시 지난해보다 늘어 각각 13억달러, 2600만달러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지점장은 “지·상사를 지원하는 은행 본업 역할을 충실히 하는 가운데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파생상품 라이선스를 취득해 새로운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점 직원들이 영업 실적을 공유하고, 경영 방향에 대해 소통하는 ‘셰어링 세션’ 회의를 하는 모습. 우리은행 제공
지점 직원들이 영업 실적을 공유하고, 경영 방향에 대해 소통하는 ‘셰어링 세션’ 회의를 하는 모습.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은 아시아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아시아지역본부를 열고 지난 5월 개소식을 개최했다.

아시아지역본부는 우리은행 싱가포르, 홍콩, 도쿄, 시드니 등 4개 지점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3개 현지 법인에 대한 영업전략 실행과 채널 간 협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거점 역할을 맡는다.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IB 업무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앞서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은 2017년 금융권 최초로 IB 데스크를 만들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인도 지역 데이터센터·말레이시아 화학소재 생산시설 건설사업 등에 참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최근 신설한 아시아지역본부와 함께 ‘아시아IB센터’를 만들어 더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4명인 IB 인력을 우선 20명으로 늘리고, 향후 2년 내엔 90∼100명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양 지점장은 “본업 경쟁력은 기본이고, 투자금융을 통해 수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차별화된 경쟁력과 견고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장기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점포를 만들어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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