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성과 우주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 연산을 수행하는 ‘우주 기반 컴퓨팅’을 차세대 정보 인프라로 육성하고 있다. 지상 데이터센터와 광섬유망의 한계를 넘어 세계 각지에 컴퓨팅 자원을 공급함으로써 AI 접근성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30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류야오치 중국과학원 컴퓨팅기술연구소 부연구원 겸 코모스페이스(중커톈쏸·中科天算)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공학적 검증과 산업망 완성도, 응용 분야 개척 측면에서 중국은 세계 우주 기반 컴퓨팅 발전의 선두권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우주 기반 컴퓨팅은 위성 등 우주 플랫폼에 연산 장비를 탑재해 궤도에서 데이터를 직접 처리·분석하는 기술이다. 기존 위성이 수집한 원시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한 뒤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했다면, 우주 기반 컴퓨팅은 위성 자체가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분석해 대응하도록 한다.
최근 AI 산업의 전력과 냉각 문제가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옮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으로 전력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어도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 열을 식히는 냉각 문제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공기나 물로 열을 식히지만 우주에는 공기와 물이 없기 때문에 대형 방열판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위성의 무게와 발사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류 부연구원은 “기존의 ‘우주에서 감지하고 지상에서 연산하는’ 방식을 ‘우주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산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위성이 단순한 기능형 위성에서 컴퓨팅과 AI 역량을 갖춘 지능형 위성으로 진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위성 제조와 로켓 발사, 위성 인터넷, 우주 컴퓨팅 플랫폼, AI 응용 서비스를 아우르는 산업망을 토대로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주 기반 컴퓨팅을 위성 인터넷과 AI, 세계 디지털 서비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정보 인프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은 우주 기반 컴퓨팅이 국가·지역별 컴퓨팅 자원 격차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의 광섬유망이나 데이터센터 입지에 구애받지 않는 위성망을 이용하면 디지털 기반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도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지의 의료·교육을 비롯해 해양 작업, 농업 생산, 재난 감시, 긴급 대응, 자원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시간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중국 측은 내다봤다.
류 부연구원은 “우주 기반 컴퓨팅의 가치는 단순히 연산 장비를 우주에 배치하는 데 있지 않다”며 “우주 인프라를 통해 더 넓은 지역에 컴퓨팅 역량과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러 국가와 산업, 공동체가 AI 발전의 혜택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관련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인터페이스와 기술표준, 개발 도구, 응용 플랫폼 등을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참여 기업과 연구기관이 위성 및 컴퓨팅 시스템 전체를 독자적으로 구축하지 않고도 공통 기술 기반을 활용해 알고리즘 연구와 기술 검증, 산업별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우주 기반 컴퓨팅의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복잡한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고신뢰성 설계와 열 관리, 위성 간 고속 통신, 다수 위성의 협업 연산 기술 등이 필요하다. 높은 발사 비용과 위성 대량생산 능력,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과 실제 수요 확보도 변수로 꼽힌다.
코모스페이스는 ‘톈쏸 계획’을 통해 향후 수백㎿급 전력과 수만개의 가속기를 갖춘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위성군 단위의 분산형 엣지 컴퓨팅 노드와 결합할 계획이다. 우선 단일 위성을 이용한 기술 검증과 소규모 위성군 배치에서 출발해 위성군 협업 연산을 거쳐 대규모 우주 컴퓨팅 인프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류 부연구원은 “기술 검증과 실제 응용을 동시에 추진하는 단계적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실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검증하면 우주 기반 컴퓨팅은 개별 기술 시연을 넘어 미래 우주 정보 서비스와 AI 응용을 뒷받침하는 대규모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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