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군수공업부 서기관 2년 연속 산디니스타 행사 참석…군수 협력 재개되나
외교부, 3월 조영준 주니카라과대사 임명…주한대사관 재개설 여부 주목
한국이 쿠바와 수교하며 중남미 외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가운데 북한은 니카라과를 통해 외교적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4년 4월 주한 니카라과대사관 철수 이후 북·니카라과 관계가 빠르게 복원된 데 이어 노동당 군수공업부 인사가 산디니스타 혁명 기념행사에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참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양국 협력이 외교를 넘어 군수 분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은 지난해 7월19일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열린 제46주년 산디니스타 혁명 기념행사에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 1등서기관 백남철을 대표단으로 파견했다. 백남철은 평소 외무성 소속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하지만 실제 소속은 노동당 군수공업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북한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2년 연속 백남철을 대표단에 포함시켰다. 노동당 군수공업부는 북한의 군수산업과 무기 개발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군수공업부 인사가 중남미 반미 국가의 행사에 반복적으로 참석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대러 군사협력을 대외관계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린 가운데, 니카라과와도 군수 분야의 접점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니카라과 관계는 냉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산디니스타 혁명으로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북한은 니카라과에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 미국 CIA 기밀해제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경비정을 지원하고 군사 교관을 파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984년에는 당시 니카라과 국방장관이던 움베르토 오르테가가 평양을 방문해 무기 도입을 협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관계는 1990년 산디니스타 정권 교체 이후 한동안 소원해졌다. 북한은 1994년 니카라과 주재 대사관을 철수했고, 상주 공관이 사라지면서 양국 관계도 냉각됐다. 그러나 오르테가 대통령이 2007년 재집권한 이후 관계는 다시 회복됐다. 양측은 2023년 대사관을 다시 설치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정치·외교 교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쿠바 수교 두 달 뒤 철수한 니카라과대사관
북·니카라과 밀착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시기 때문이다. 니카라과의 대북 행보는 2024년 2월 한·쿠바 수교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한국은 2024년 2월 쿠바와 비밀리에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북한의 대표적 우방으로 꼽혀온 쿠바가 한국과 수교하면서 중남미 외교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당시 한·쿠바 수교는 2015년 쿠바·미국 재수교를 이끌었던 호세 라몬 카바냐스 로드리게스의 극비 방한과 바티칸·학계 등을 총동원한 물밑 협상 끝에 성사됐다.
핵심 우방이 한국과 수교하자 북한도 대응에 나섰다. 북한은 한·쿠바 수교 이후 마철수 주쿠바 대사를 교체하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출신 한수철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당 대 당 외교 경험이 있는 인사를 전진 배치해 쿠바와의 관계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동시에 북한은 쿠바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니카라과와의 협력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쿠바 수교 불과 두 달 뒤인 2024년 4월 니카라과는 주한대사관 철수를 결정했다. 니카라과 측은 재정 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제시했지만, 이미 평양 대사관 설치를 추진하던 상황에서 서울 공관을 닫았다는 점에서 외교적 우선순위가 북한 쪽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니카라과의 주한대사관 철수는 우리 정부에도 적지 않은 후폭풍을 남겼다. 당시 외교부 중남미국장과 주니카라과 대사가 문책성 인사 대상에 올랐다.
‘니카라과 사태’ 이후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올해 3월 신임 주니카라과 대사에 조영준 강원도국제관계대사를 임명했다. 조 대사는 외교부 중남미국장과 주페루 대사를 지낸 인사로, 외교가에서는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통상 니카라과 대사에 본부 국장과 대사를 모두 지낸 인사를 임명하는 사례가 드문 데다, 니카라과가 이미 주한대사관을 철수한 상황에서 이뤄진 인사였기 때문이다. 북한으로 기운 니카라과의 외교 지형을 다시 관리하려는 외교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평양 주재 니카라과대사관은 대사 한 명이 상주하는 1인 공관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쿠바처럼 국방무관이 파견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니카라과는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브렌다 로차 최고선거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여기에 군수공업부 인사의 반복적인 니카라과 방문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북·니카라과 관계가 외교를 넘어 군수 분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쿠바 수교는 한국 외교의 성과였지만, 불과 두 달 뒤 니카라과의 주한대사관 철수는 우리 외교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정부가 조영준 대사를 현지에 보내 관계 복원에 나선 가운데 니카라과가 다시 서울에 대사관을 재개설하며 화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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