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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퇴직임직원 끊이지 않는 ‘회전문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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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예지 기자 sunris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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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노후 보장용 일자리로

기업銀, 2026년 상반기에 62명 재취업
산업銀 24명·輸銀 14명 자리 옮겨

정책금융사 중 貿保만 취업 심사
퇴직자 재취업 사실상 규제 못해

국책銀, 구조조정 과정 인수 회사
모회사 임원 이동으로 감독 사각
정상화 이후 민영화에도 ‘걸림돌’

국책은행 퇴직 임직원들이 자회사나 출자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회전문 인사’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재취업은 전문성 활용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견제·감시 기능 약화로 금융기관의 핵심인 투명성·책임성을 해칠 수 있어 문제다. 국책은행이 인수한 자회사의 경우 경영 정상화보다 퇴직자 노후 보장용 일자리로 쓰는 데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크다.

 

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기스템 알리오에 올해 상반기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IBK기업은행을 퇴직한 직원 중 62명이 IBK미얀마은행, IBK자산운용 등 주요 자회사 및 출자회사로 재취업했다. 같은 기간 한국산업은행 역시 24명의 퇴직 직원이 자회사·출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에도 올해 상반기 퇴직한 임직원 14명 중 절반이 넘는 8명이 수은인니금융, 수은플러스, 수은영국은행 등 자회사로 옮겼고 나머지 직원도 출자회사로 직행했다.

 

이러한 국책은행 직원들의 퇴직 후 재취업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부행장과 같은 고위 임원이 자회사·출자회사로 옮기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지난 7년간 전직 산업은행 부행장 11명이 산은캐피탈, KDB인프라자산운용, KDB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자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기업은행 역시 같은 기간 자회사로 이동한 전 부행장이 16명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의 경우에도 신덕용 전 부행장은 수은인니금융과 수은싱가포르로 두 번이나 재취업했고 김경자 전 부행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김형준 전 부행장은 한국해양진흥공사로 각각 이동했다.

전문성을 살려 모기업에서 자회사로 재취업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한 자회사에 모회사 퇴직자를 재취업시키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산업은행이) 인수한 회사들의 경우 정상화 과정을 거쳐 민간 시장에 돌아가야 하는데 모회사 퇴직자들이 계속 가게 되면 이들 회사를 독립시키고 싶지 않게 될 것”이라며 “퇴임 후 일자리를 자회사에서 찾는 관행이 인수한 회사를 붙들어 두는 동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회사와 출자회사가 사실상 동일한 정책금융 생태계 안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 인사의 반복적인 재취업 구조가 조직 전반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엄격히 관리·감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 직장 상사나 동료가 자회사 경영진으로 수직 이동할 경우 실질적인 견제와 감시 기능이 상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7조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소속 취업심사 대상자가 퇴직 이후 3년간 취업심사 대상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규제가 정책금융기관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1조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 가운데 취업심사 대상자가 명시된 곳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유일하다.

 

이를 제외한 정책금융기관에서는 이사나 감사 등 상근 임원만 취업심사 대상에 해당한다. 그 결과 다수 직원은 애초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심사 대상이 아닌 자회사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는 모회사 임직원이 퇴직 후 자회사로 자리만 이동하는 상황이 반복되게 만든다.

 

박 교수는 “통상적인 모회사에서 자회사로의 재취업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국책 금융기관의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재취업 과정에서 시간제한 외에 전문성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추가적 절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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