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물 길어와 변기 물 내리고
용수 부족에 농작물 타들어가
곳곳 해산물 집단폐사 발생도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잠정중단
화천, 어르신 야외근로 전면중지
충청권도 첫 폭염중대경보 발령
냉방기 등 화재위험 ‘심각’ 상향
폭염중대경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일상이 멈춰 서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는 온열질환과 농·축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서울 경복궁에서 열리는 수문장 교대의식은 잠정 중단됐다. 5일 국가유산진흥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수문장 교대의식 행사는 기상청 발표 기준으로 폭염중대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중단된다. 이에 따라 경복궁 흥례문 일대에서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진행되던 수문장 교대의식과 오전 11시·오후 1시 열리던 파수의식도 모두 중단된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에서도 휴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수산물 골목에서는 점포 20여곳 중 8곳이 셔터를 내린 채 영업을 하지 않았다. 장기간 이어진 폭염으로 손님은 줄고 수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부담이 커지면서 아예 문을 닫은 것이다. 상인 홍호연(65)씨는 “장화를 신고 고무 작업복을 입고 일해야 하니 파는 사람도 너무 덥다”며 “오후 4시까지는 손님이 거의 없고, 오후 6시쯤 돼야 조금씩 보인다”고 전했다.
강원 화천군은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의 실외 근무를 전면 중지했다. 올해 화천군 노인 일자리 참여자는 2067명이다. 군은 줄어든 근무시간에 대한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비대면·실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실내 교육도 냉방장치 가동으로 실내 적정온도가 유지될 때만 운영한다.
극한 폭염에 물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는 지역도 있다. 경북 청도 등에서는 마른장마에 이은 폭염으로 주요댐의 저수율이 떨어지면서 생활용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주민불편이 커지고 있다. 청도군 팔조리 주민 곽모(73)씨는 “먹는 물은 군청에서 나눠 준 생수로 겨우 버틴다 쳐도 씻고 변기 내리는 물이 부족해 수도꼭지 틀기가 겁이 난다”며 “급한 대로 집 앞 개울가에 나가 양동이로 물을 길어와 화장실 물을 내리는 처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도랑과 지하수까지 바짝 마르면서 인근 사과와 복숭아밭, 깻잎 농가는 과실이 햇볕에 데거나 잎이 오그라드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은 농업용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주민 박모(69)씨는 “차라리 식수는 끊겨도 논밭에 댈 물은 콸콸 나왔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어 피가 마른다”고 토로했다.
전국적으로 어류 폐사가 잇따르면서 수온 28도 이상이 지속될 때 내려지는 ‘고수온 경보’ 발효 해역은 3일 기준 17곳으로 나흘 만에 11곳이 늘어났다.
기상청은 이날 경기 광명·연천·포천·가평·남양주·의왕·화성·양평동부·양평서부와 충남 청양, 인천 남부에 폭염중대경보를 추가로 발령했다. 소방청도 냉방기기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커지자 이날 전국 소방관서에 발령된 화재위험경보를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상향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하루 200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전날 신고된 온열질환자 수는 198명(사망자 1명 포함)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15일부터 전날까지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총 2441명이다. 사망자도 나흘 연속 신고됐다. 충북 음성군의 60대 남성은 전날 밭에서 작업하다가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현재까지 온열질환으로 추정된 누적 사망자는 21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 수(20명)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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