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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매몰 NO”… 구제역 최초 발생 농장 ‘핀셋 살처분’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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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현상철 기자 sc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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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실시요령 고시 개정

기존엔 1마리만 양성 때도 전수 처리 속
보상금·방역비 등 매년 수십억씩 투입

정부, 전문가 평가 거쳐 양성만 ‘선별’
확산 고위험 판단 땐 ‘전수처분’ 유지
7월 전국 6개 농장서 첫 시범 적용

정부가 시·군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농장에도 감염이 확인된 개체만 선별적으로 처분하는 ‘제한적 살처분’을 도입한다. 지금까지 시·군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한 농장은 한 마리만 양성 판정을 받아도 바이러스 특성과 확산 정도를 초기에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워 예방적 차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개체도 모두 살처분하는 보수적인 원칙이 적용됐다.

이로 인해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는 살처분 이후 사육 기반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정부도 살처분 보상금과 방역비용으로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안에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과 방역실시요령 고시 개정을 추진해 최초 발생 농가라 할지라도 백신접종 유형과 임상증상 유무 확인, 백신항체 형성 정도 등을 고려해 양성 개체만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의 한 초지에서 한우들이 풀을 뜯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평창군 대관령의 한 초지에서 한우들이 풀을 뜯고 있다. 연합뉴스

◆최초 발생 농장도 조건부 ‘부분 살처분’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SOP·방역실시요령 고시 개정은 시·군 내 최초 발생 농장이라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양성 개체만 살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한적 살처분 기준은 우선 정밀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상시 백신을 접종하는 O형 또는 A형으로 확인돼야 한다. 이어 가축방역관이 축산농가를 직접 찾아 농가 내 우제류 가축의 임상증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농장의 백신항체 형성 수준도 일정 기준 이상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전문가 회의와 가축방역심의회를 거쳐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되면 양성 개체만 선별 처분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최초 발생 시 정밀검사를 통해 신속하게 접종유형 구제역을 판별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위험평가 등을 거쳐 발생농장에 대한 부분적 가축 처분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발생 초기 확산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기존처럼 발생 농장의 우제류 전 두수를 살처분하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3일 경북도 예천 돼지농장 1곳과 소농장 5곳 등 모두 6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이러한 방식을 처음 시범 적용했다. 정밀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국내 상시 백신접종 유형인 O형으로 확인됐고, 농장의 백신항체 형성 수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증상도 거의 확인되지 않자 정부는 전문가 회의와 가축방역심의회 등 위험도 평가를 거쳐 가축 처분 방안을 결정했고, 양성으로 확인된 소 24두와 돼지 14두 등 총 38두만 살처분을 진행했다. 농장 내 나머지 가축은 이동제한과 반복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부분 살처분을 적용했다고 해서 방역 수준을 낮춘 것은 아니다. 예천과 인접 6개 시·군 8122개 우제류 농장, 85만2000두를 대상으로 긴급 백신접종과 임상검사를 실시했고, 광역방제기와 방역차량 등 69대를 동원해 농장과 주요 도로를 집중 소독했다. 전국 9만7000여 우제류 농장에 대한 전화예찰도 병행하며 추가 확산을 차단했다.

◆22만여두 살처분·1179억원… 예방적 처분 한계

지금까지 시·군 내 최초 발생 농장은 전 두수 살처분 원칙을 적용했다. 발생 초기에는 바이러스 혈청형과 백신 효과, 농장 내 감염 범위, 주변 농장으로의 확산 여부 등을 신속하게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양성 개체를 일일이 선별하는 과정에서 방역이 지연될 경우 초동방역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추가 확산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가장 보수적인 방역 원칙을 유지했다.

이러한 반복된 대규모 예방적 살처분으로 농가 피해와 정부의 재정부담은 누적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했던 2014~2015년 동절기 동안 196농가에 185건의 구제역이 확인돼 총 17만1128두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이에 따른 축산농가 보상금과 살처분 등에 소요된 예산은 635억원에 달했다.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던 2020~2022년, 2024년을 제외하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11농가에서 250건의 구제역이 확인돼 총 22만8686두가 살처분됐다. 이에 따른 재정소요액은 117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0농가에서 9건의 구제역이 발생해 이미 664두가 살처분됐다. 올해 재정소요액은 아직 산정 중이다.

양성 개체만을 대상으로 한 살처분은 최초 발생 이후 추가로 발생한 축산농가에서 일부 활용되기도 했으나, 바이러스 유형과 전파 양상이 확인되고 해당 지역 모든 축산농가에 긴급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전남도 영암·무안군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최초 발생 농장을 제외하고 양성축만 선별해 살처분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구제역 발생 농가는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됐다.

정부는 예천 사례를 토대로 올해 안에 구제역 방역실시요령과 SOP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구제역 방역은 시·군 내 최초 발생 농장도 위험도를 평가해 살처분 범위를 결정하는 체계로 전환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위험도를 고려한 ‘제한적 살처분’이 도입되면 백신 접종이 정착된 상황에서 방역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살처분에 따른 농가 피해, 정부 재정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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