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분쟁 등 스트레스로 뇌출혈 재발 후 사망
의회 일정으로 치료 놓치고 약도 못 받아
치료 소홀 주장에 법원 “공무 우선하다 불가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와 극심한 악성 민원·고소 등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사망했다면 이를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강우찬)는 사망한 공무원의 배우자 A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3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23년 9월4일 원고에 대해 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시청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망인은 시 도시재생 관련 회의 중 편마비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로 이송돼 대뇌반구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발병 전 12주간 공식휴일 29일 중 21일을 출근하고 주당 약 60시간이 넘는 고강도 업무를 수행했으며, 당시 상병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약 3개월간 치료와 휴식을 거쳐 복귀한 망인은 시의 한 기관장으로 승진 보직 변경됐다. 그러나 직무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스트레스는 여전히 이어졌다. 기간제 근로자가 재계약 불발에 불만을 품고 1인 시위와 문자, 유선 항의를 지속하다 망인을 형사 고소까지 했고, 과거 담당했던 지방보조사업 계약업체가 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자 시의 소송 대응 과정에서 업무 협조를 요구받으며 심리적 압박까지 겹쳤다.
이러한 가운데 의회 일정이 겹치면서 망인은 예정돼 있던 신장내과 정기진료마저 받지 못해 약 10일간 혈압약 등을 복용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던 중 사무실에서 쓰러졌고, 뇌간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 숨졌다. 이에 A씨는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인사혁신처는 “2차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승인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공무 수행과 2차 상병 발병 사이 시간적·상황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전체 경과에 비춰 볼 때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망인은 적어도 2차 상병 발생 당시에는 과거 뇌혈관질환 병력이 전혀 없는 일반적인 공무원과 동일한 건강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2차 상병 직전 망인이 대응해야 했던 문제들은 망인의 직위에서 일반적으로 예정된 업무수행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기저질환인 만성신부전에 대해 제때 투석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등의 인사혁신처의 ‘치료 소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혈액투석을 권유받았음에도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했다거나 1차 상병 이후 의료진의 권고에 불응해 치료가 중단됐다는 객관적인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예정된 치료를 받지 못해 약 10일간 약을 복용하지 못하게 된 것을 두고, 망인이 자신의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포기했다고 볼 수 없고, 공무 수행상 책임과 의무를 우선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치료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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