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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마다 절반 떼죽음… 억대 손실에도 재해보상은 30%뿐” [폭염 피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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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세종=김선덕·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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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에 고통받는 양식어장

차광막에 산소공급기 풀가동 분투
완도 60대 “하루 수천마리씩 죽어
전기료 눈덩이·보험 제구실 못해”

남해 10곳·서해 7곳 이어 동해까지
평년보다 1도나 높은 ‘고수온 경보’
올여름 양식어류 117만마리 폐사
“서늘한 물에서 살아야 할 광어가 뜨거운 물속에서 겨우 숨만 헐떡이다가 하루에도 수천 마리씩 흰 배를 뒤집습니다.”
텅빈 수조 보며 한숨 폭염으로 바닷물 수온이 치솟으면서 전국 양식장에서 어류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7일 전남광주 완도군 군외면 한 육상 양식장 업주가 광어의 생육 상태를 설명하며 수조를 바라보고 있다. 완도=김선덕 기자
텅빈 수조 보며 한숨 폭염으로 바닷물 수온이 치솟으면서 전국 양식장에서 어류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7일 전남광주 완도군 군외면 한 육상 양식장 업주가 광어의 생육 상태를 설명하며 수조를 바라보고 있다. 완도=김선덕 기자

절기상 입추(立秋)였던 지난 7일 오후 2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완도군 군외면 청해진로를 따라 들어선 한 육상 넙치(광어) 양식장. 바다에서 연신 취수관을 통해 들어오는 바닷물에서는 차가운 생기 대신 달뜬 열기가 느껴졌다. 사시사철 깨끗한 해수를 품어내며 전국 최고의 광어 생산지로 꼽히던 완도 청해진로 일대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고수온에 거대한 ‘찜통’으로 변해 버렸다.

양식장 수조 안을 들여다보니 검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어야 할 광어들이 수면 위로 힘없이 둥둥 떠올라 있었다. 출하를 불과 한두 달 앞두고 튼실하게 자란 성어들이 뻣뻣하게 죽어 있는 모습에 양식장 업주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이때 수조 속 온도계가 가리킨 수온은 28.6도. 광어의 생육 적정 수온인 20~25도를 한참 웃도는 고수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조 속 고기들은 사료조차 거부한 채 집단 폐사로 이어지고 있다.

26년째 양식장을 일궈온 김모(69)씨의 표정에는 절망감이 깊게 배어 있었다. 액체산소를 지속적으로 불어넣고 차광막을 겹겹이 쳐 수조 온도를 단 1도라도 낮춰 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바닷물 자체가 덥혀진 상황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24시간 가동하는 액체산소와 산소공급기 때문에 전기요금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가는데, 수조마다 쌓여가는 폐사체 처리는 또 다른 고통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지난달 23일부터 고수온이 시작돼 지금까지 한 수조당 절반가량이 폐사한 것 같다”며 “내년이 더 걱정이다. 고수온에 강한 치어 보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재앙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남광주 완도군의 한 육상 양식장 냉동창고에 쌓여 있는 폐사 광어. 완도=김선덕 기자
전남광주 완도군의 한 육상 양식장 냉동창고에 쌓여 있는 폐사 광어. 완도=김선덕 기자

더 큰 문제는 있으나 마나한 재해보험제도다. 이번 사태로 김씨의 양식장에서 폐사한 광어만 3만3000여마리. ㎏당 1만원이 넘는 성어 시세를 감안하면 피해 추산액만 약 12억원에 달한다. 김씨는 “연간 3800만원이라는 거액의 자부담 소멸성 보험료를 납부했지만 정작 손해사정을 거쳐 손실을 보상받는 비율은 30% 안팎에 불과하다”며 “사료값과 전기료를 감당해 온 것도 모자라 보험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고수온 피해는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의 ‘고수온 속보’에 따르면 전국 고수온 해역은 8일 기준 도암만(29.8도)과 진해만(29.6도) 등 남해 10곳과 함평만(32.6도)과 천수만(29.3도) 등 서해 7곳, 제주 연안(29.1도)에 이어 경북 구룡포(28.5도) 등 동해까지 번진 상황이다. 김씨 양식장이 위치한 도암만은 지난달 27일부터 고수온 경보 해역으로 지정됐는데, 이곳 해역의 평년 (최고)수온(28.8도)보다 1도나 높다.

고수온에 따른 수산물 피해도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행정안전부 폭염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까지 고수온 등으로 폐사한 양식어류 피해는 117만4800마리가 넘는다.

폭염이 바다를 달구면서 일부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 피해까지 발생, 수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폭염이 바다를 달구면서 일부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 피해까지 발생, 수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양식어가 피해 보상 및 폐사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수부는 우럭 37.7%, 광어 11.8∼15.0% 등 11개 품목에 대한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단가)’를 인상하고 그간 복구단가 적용에 제외됐던 김 종자, 동갈돗돔 등 7개 품목을 신규로 지정했다. 복구단가는 고수온 등 자연재난 발생 시 피해를 받은 어업인에게 지원되는 복구비의 산정기준이 된다. 이와 함께 해수부는 양식장에 산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액화산소공급장치와 수온을 낮춰 줄 차광막 등 장비를 총력 가동하고, 고수온 피해가 예상되는 양식장에 물고기 긴급 방류를 선제적으로 이행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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