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세곡·수서·방이 유력 후보
서울시 승인 없이 해제안 마련
태릉·과천경마장 사업에도 적용
준공업지 혜택 늘려 착공 당겨
강남3구 등 도심 공공개발 특례도
李 “비상한 해법·과감한 실천”
금융당국, PF 보증 확대 등 검토
비거주 1주택 과세 완화도 시사
정부가 추가 주택공급을 위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국가공공주택지구를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 상태다.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 공급난이 불거질 때마다 과거 정부가 꺼내든 단골 카드였지만, 이번에는 국토교통부가 직접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해 서울시 승인 없이도 중앙정부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9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3일쯤 추가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기존 공급 대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나, 그린벨트 해제를 동원한 신규 택지 공급에도 상당한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그린벨트 여러 곳을 해제해 공공택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대 2만가구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과 강남구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일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6월 공공주택지구 사업에서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기존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국가공공주택지구에 총량 예외를 적용하면 서울에 배정된 기존 총량과 관계 없이 국토부 주관으로 추가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해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가운데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셈이다. 국토부는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과천 경마장·방첩사 용지, 성남 금토2·여수2 등에 특례를 적용하기 위한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마쳤다. 다만 주민 반발 등이 따를 수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그린벨트 일부 해제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 이번 대책에 언급될 전체 공급 규모는 5만가구 안팎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서울 준공업지역에서 추진 중인 2만7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규로 주택을 얼마 더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번 공급 대책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135만가구 공급 목표가 차질 없이 달성될 수 있다는 신뢰를 시장 참여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준공업지역은 산업 기능을 유지하면서 주거·상업 등 다른 기능을 함께 수용할 수 있도록 지정된 지역으로, 서울에서는 영등포구 문래동·양평동과 구로·금천 일대, 성동구 성수동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추진 중인 2만7000가구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도록 사업 절차를 앞당기고 금융·세제 지원을 보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도심복합사업도 공급 속도를 끌어올릴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도심복합사업은 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이 어려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 노후 도심에서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고 조합 설립과 관리처분계획 등의 절차를 생략해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도심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를 통해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를 포함한 서울 도심에 2만가구+α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가 지난 5월 마감한 주민 제안 공모에선 강남 3구를 포함해 44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대상 지구와 공급 물량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용산어린이정원도 신규 후보지로 거론되나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대책에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용산구 주민 1000여명이 참여한 ‘용산공원을 지키는 주민모임’은 이날 어린이정원 일대에 수십 개의 근조화환을 보내며 반대 행동에 나섰다. 근조화환에는 ‘어린이가 뛰노는 공원을 뺏지 말아 주세요’, ‘집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잃어버린 자연은 돌아오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한 해법’과 ‘과감한 생각과 실천’을 관계부처에 주문하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여당도 정부의 공급 속도전에 발맞춰 인허가 규제 완화와 공사 기간 단축, 금융지원 등 공급을 가로막는 병목을 푸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확대 개편하고 서울시 인허가 개선과 모듈러 주택 등을 집중 논의한다. TF는 12일쯤 첫 회의를 열어 관계부처의 공급 대책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현안 간담회에서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인허가를 얼마나 빨리 해주는지가 중요하다”며 500세대 미만 등 소규모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자치구로 넘겨 병목을 줄이는 방안을 거론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적보증 확대 등 공급자 중심의 금융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공적기관의 보증 규모를 늘려 사업장에 원활한 자금 융통을 돕는 방안이 꼽힌다. 내년부터 4년에 걸쳐 20%로 상향되는 PF 사업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한도를 늘려주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산정 기준을 종전 주택에서 신축 주택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이들이 세제상 실거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예외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취학, 직장 변경, 질병, 전학 등 ‘이건 불가피하다’는 부분이 있으면 국민 입장에서 보려고 한다”며 “국민 의견을 더 듣고 최대한 신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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