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적함 찾는 탐색기가 최대 난관
스텔스냐 속도냐…신형 미사일의 선택
국산 함대함미사일의 사거리가 대폭 늘어나고, 스텔스 능력이 추가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1일 제17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함대함유도탄-Ⅱ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
함대함유도탄-Ⅱ는 해군이 운용중인 해성 함대함미사일보다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이 향상된 신형 미사일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연구개발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예산은 1조6300억원이며 사업기간은 2028∼2039년이다. 2028∼2033년 체계개발을 진행하고, 2034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형 미사일이 전력화되면 적 함정을 기존보다 더 먼 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게 된다. 해상 억제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스텔스 기능·사거리 연장 등 적용
함대함유도탄-Ⅱ는 ADD가 체계개발을 주관하고 국내 방위산업체가 시제품 제작 등을 맡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함대함유도탄-Ⅱ는 지난 2003년 ADD가 개발한 해성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
가장 큰 특징은 스텔스 형상이다. 해성 함대함미사일도 동체 크기가 작아서 레이더반사면적(RCS)이 크지 않다.
함대함유도탄-Ⅱ는 이같은 특성을 더욱 강화, 적 함정 레이더에 포착될 위험을 낮춘다.
사거리도 해성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대 사거리는 300∼36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주변국의 함대함 능력을 고려해 사거리를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추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해성에 장착됐던 터보제트 엔진 대신 터보팬 엔진 탑재를 추진한다.
군 당국은 함대함유도탄-Ⅱ를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등 신규 전력화가 예정된 함정에 탑재할 방침이다.
함대함유도탄-Ⅱ 개발 과정에선 ADD가 개발중인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사거리 500㎞)이 토대가 될 전망이다.
KF-21 블록2에 탑재될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함대함유도탄-Ⅱ에 요구되는 핵심 특징을 이미 갖추고 있다.
우선 스텔스 형상과 더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드는 터보팬 엔진을 갖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옛 삼성테크윈 시절부터 해성과 현무-3 순항미사일에 쓰이던 엔진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이를 토대로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터보팬 엔진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스텔스 형상과 엔진 등을 재사용할 수 있다. 부품·정비체계를 공유해 제작 및 유지보수비 절감도 가능하다.
함대함유도탄-Ⅱ 개발이 시작되는 2028년은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이 끝나는 시점이다.
함대함유도탄-Ⅱ도 ADD가 연구개발을 하므로, 천룡 개발 연구인력과 장비 등을 함대함유도탄-Ⅱ에 투입하면 천룡 개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개발 기간 단축을 쉽게 한다.
속도는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처럼 아음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군은 이미 해성Ⅴ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한 상태이므로, 속도 대신 스텔스 성능을 강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발 가능할까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함대함미사일로 바꾸는 것은 미국에서 기술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미국산 AGM-158C 라즘(LRASM) 장거리 대함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이 미사일은 재즘(JASS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스텔스 설계와 해면밀착비행으로 적 함대의 방공망을 은밀하게 뚫는다. 사거리는 370~560㎞로 추정된다.
전투기 등에서 주로 쓰이지만,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2016년 함정에 탑재된 MK41 수직발사체계(VLS)에서 해당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부스터로 미사일을 순항고도·속도까지 끌어올리면, 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방식이었다.
2017년엔 갑판탑재형 발사관에서의 발사도 이뤄졌다.
이를 통해 기존 함정의 소프트웨어 변경만으로도 미사일의 함상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한국의 함대함유도탄-Ⅱ도 미국의 사례처럼 개발을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해성보다 더 우수한 미사일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라즘처럼 함정과 항공기에 모두 탑재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리스크도 적지 않다. 천룡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다. 이를 함대함미사일로 전환하려면 대대적인 개조가 필수다.
우선 유도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지상 고정 표적 타격을 위해 위성항법체계(GPS)와 영상 적외선 등을 사용한다.
함대함미사일은 움직이는 군함을 공격하므로 자율적으로 표적을 판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양방향 고속·고용량 데이터링크를 장착해 표적 정보를 갱신해야 한다.
또한 지형추적·정밀항법 기반 저고도 비행 방식을 고도 50m 이하의 해면밀착비행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밀한 고도계가 필수다.
탄두와 신관도 교체해야 한다. 함정에 큰 타격을 입히려면 홀수선 근처를 공격, 구조적 손상을 입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신관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기술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큰 난관은 탐색기와 자율 판단 소프트웨어·알고리즘 구성이다.
바다 위를 항해하는 군함을 탐색기로 식별할 때, 파도 등에 의한 클러터(잡음)가 많다.
이는 지상 고정표적을 탐색기가 인식하는 것보다 기술적 난도를 높인다. 해성 개발 당시에도 탐색기 기술 확보가 쉽지 않았다.
표적 탐지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개발도 쉽지 않은 과제다.
함대함유도탄-Ⅱ는 유사시 해면의 클러터와 더불어 적 함정의 전자전과 기만체 운용 등에 직면한다.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이 탐색기가 포착한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지 못한다면, 오인 사격 위험이 높아진다.
항공기에서 투하되는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항공기의 속도·고도에 힘입어 엔진 점화 후 먼 거리를 날아간다.
반면 함정 발사는 해면에서 순항고도·속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별도의 고체로켓 부스터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사일 길이 및 무게 증가가 불가피하다.
함대함유도탄-Ⅱ는 천룡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보다 낮은 고도로 해면밀착비행을 해야 한다.
이때 연료소모가 증가해서 실제 사거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연비를 높이는 방법을 따로 강구해야 하는 대목이다.
지상표적과 지형추적에 최적화된 동체를 대함전에 사용하려면 중량 배분 등의 설계 조정도 필수다.
이 모든 요소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총사업비나 사업기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텔스냐 속도냐
함대함유도탄-Ⅱ가 스텔스·장거리 비행을 내세우는 것은 해상전 양상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함정 탑재 레이더 성능이 강화되면서 예전보다 함대함미사일을 먼 거리에 탐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레이더반사면적이 작을수록 적 함정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짧아져서 요격을 준비할 시간을 줄어들게 한다.
레이더 성능 향상으로 이같은 장점이 약해졌으므로,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는 이유다.
실제로 노르웨이 NSM은 각진 기수, 사다리꼴 동체, 복합소재 등으로 레이더 탐지 확률을 낮췄다.
SM-6나 아스터 등의 최신 함대공미사일은 사거리가 기존보다 늘어났다.
이는 공격 측이 충분히 안전한 곳에서 대함미사일을 쏠 수 있는 여유를 줄였다. 감소한 여유공간을 넓히려면, 기존보다 먼 거리에서 공격을 해야 하는 셈이다.
위성과 데이터링크 등의 기술로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 가능해진 것도 대함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을 촉진한다.
다만 스텔스 형상을 대함미사일에 적용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면에 밀착해서 낮은 고도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은 수평선을 넘으면 탐지될 확률이 높아진다.
때문에 스텔스 기술로 탐지 확률을 낮추는 것은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인도의 브라모스처럼 초음속 대함미사일 또는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처럼 빠른 속도로 적함에 접근, 요격 기회를 빼앗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고속과 스텔스 모두 차세대 대함미사일 개발과 미래 해상전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속도와 스텔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탐색·식별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함대함유도탄-Ⅱ 개발 과정에서 이같은 부분들이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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