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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위 찍고 12년간 사라졌다…‘골프계 최대 미스터리’가 돌아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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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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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타이거’로 불렸던 한국계 앤서니 김
부상·수술로 12년 공백…가족과 함께 재기

2012년 5월, 한 골퍼가 대회 도중 기권했다. 그리고 그대로 사라졌다.

 

한때 세계랭킹 6위. 스물세 살에 라이더컵 미국 대표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끈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상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복귀하면 거액의 보험금을 포기해야 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어느 것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골프계는 그의 공백을 ‘최대의 미스터리’라 불렀다.

 

긴 공백을 깨고 돌아온 앤서니 김. 그의 곁에는 아내와 딸이 있었다. LIV골프 제공
긴 공백을 깨고 돌아온 앤서니 김. 그의 곁에는 아내와 딸이 있었다. LIV골프 제공

 

앤서니 김(41·한국명 김하진). 그가 12년 만에 돌아왔다.

 

‘제2의 타이거’는 왜 사라졌나

 

앤서니 김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건 2008년 라이더컵이었다. 미국과 유럽이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 골프 대항전에서, 스물세 살의 그는 마지막 날 첫 주자로 나서 강호 세르히오 가르시아를 꺾었다. 이 승리가 팀 전체에 불을 지폈고, 미국은 9년 만에 유럽을 눌렀다. 신인의 배짱에 미국 팬들이 열광했다.

 

팬들은 그를 ‘A.K.’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골프계는 ‘제2의 타이거’로 점찍었다.

 

같은 해 9월 세계랭킹은 6위까지 치솟았다. 

 

2010년 한국을 찾은 앤서니 김. AP뉴시스
2010년 한국을 찾은 앤서니 김. AP뉴시스

 

그러나 2012년, 질주는 갑자기 멈췄다. 손과 손목 부상으로 이미 성적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해 5월엔 대회 도중 기권했고, 한 달 뒤엔 조깅하다 왼쪽 아킬레스건마저 끊어졌다. 수술대에 오른 뒤 그는 프로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앤서니 김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골프장을 떠나 있던 시간, 앤서니 김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됐다. 아내와 딸과 함께한 모습. 앤서니 김 SNS 캡처
골프장을 떠나 있던 시간, 앤서니 김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됐다. 아내와 딸과 함께한 모습. 앤서니 김 SNS 캡처

 

골프를 놓자, 삶이 돌아왔다

 

그가 뒤늦게 털어놓은 사정은 부상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술과 약물에 기대 왔고, 화려한 스타의 얼굴 뒤에서 일상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복귀하면 거액의 보험금을 포기해야 한다던 소문과 달리, 그를 오래 붙든 건 돈이 아니라 무너진 몸과 마음이었다.

 

골프가 사라진 자리엔 가족이 들어왔다. 2019년 결혼했고 2022년 딸 벨라가 태어났다. 필드로 돌아갈지, 이대로 물러설지 고민하던 그는 아내 에밀리와 상의한 끝에 다시 골프채를 잡기로 했다.

 

그리고 2024년,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 LIV 골프의 와일드카드였다. 긴 공백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스윙은 예전 같지 않았고, 리더보드 아래쪽을 맴돌았다. 복귀 자체로 화제를 모았을 뿐, 성적은 좀처럼 따라오지 않았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이번엔 골프가 전부가 아니었다. 술과 약물을 끊었고 신앙과 가족에 기댔다.

 

복귀 이후 그가 자주 꺼낸 말은 “하루에 1%씩 나아진다”였다.

 

길었던 기다림 끝에 다시 정상에 선 아빠. 우승 직후 딸이 앤서니 김의 품으로 달려오고 있다. LIV골프 제공
길었던 기다림 끝에 다시 정상에 선 아빠. 우승 직후 딸이 앤서니 김의 품으로 달려오고 있다. LIV골프 제공

 

5795일 만에 다시 든 우승컵

 

올해 2월, 호주 애들레이드. 앤서니 김은 선두에 5타나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마지막 조의 공동 선두는 욘 람과 브라이슨 디섐보. 한 명은 전 세계 1위, 한 명은 US오픈을 두 번 제패한 강자였다. 누구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코스를 지배한 건 앤서니 김이었다. 보기 하나 없이 9언더파 63타를 몰아쳤고, 3타 차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0년 셸 휴스턴 오픈 이후 5795일, 16년 만이었다. 마지막 퍼트가 홀에 떨어지자 아내와 딸이 그린으로 달려왔고, 가족을 끌어안은 그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반등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상위권 성적이 이어졌고 세계랭킹도 200위권으로 올라섰다.

 

돌아온 앤서니 김은 예전과 달랐다. 성적보다 가족을 이야기했다. 몇 달 뒤 한국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제 딸은 한국계 미국인이고, 저는 그 아이가 물려받은 유산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실함도, 스스로를 믿는 힘도 어머니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땅에 홀로 정착한 어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는 앤서니 김. LIV골프 제공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는 앤서니 김. LIV골프 제공

 

세계 6위까지 오른 그가 사라지는 데는 한순간이었고, 다시 우승하기까지는 16년이 걸렸다.

 

한때 ‘골프계 최대의 미스터리’라 불렸던 앤서니 김. 그가 되찾은 것은 우승컵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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