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포탄으로 빠른 제압…대포병전 생존성↑
북한 GPS 교란 뚫어야…전자전 대응이 관건
국산 명품 무기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K-9 자주포의 명중률이 한층 개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2년까지 1642억원을 투입, K-9 자주포용 155㎜ 포탄에 쓰일 탄도수정신관을 개발하는 탄도수정신관 체계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최근 밝혔다.
탄도수정신관은 기존 155㎜ 포탄의 앞부분에 장착된다.
K-9 자주포가 포탄을 쏘면 위성항법체계(GPS)를 기반으로 탄의 궤적을 수정하면서 표적을 명중시킨다.
탄도수정신관이 개발되어 일선 부대에 배치되면, 기존 포탄에 쓰이던 구형 신관을 교체하고, K-9 자주포의 탄착 오차 범위를 약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중률 향상 등 효과 커
탄도수정신관은 흔히 알려진 장비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낯선 장비다.
하지만 육군 포병 분야에선 미래전에서 필수 장비로 꼽힌다.
탄도수정신관은 K-9 자주포에서 사용하는 155㎜ 포탄을 ‘똘똘하게’ 만들어주는 장비다. 포탄의 앞부분에 장착되는 것으로서 작은 날개가 식별 포인트다.
기존 신관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어 신형 유도포탄을 도입하지 않고도 구형 포탄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155㎜ 곡사포탄은 포신에서 발사된 직후 표적까지 총탄처럼 빠르게 회전하면서 날아간다. 이를 통해 표적에 도달할때까지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하지만 포탄이 수십㎞를 비행하는 과정에서 바람과 공기밀도 변화, 화약 연소 등의 변수로 인해 오차가 발생한다.
이같은 오차는 비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커진다. 서방 진영에서 널리 쓰이는 M549A1 155㎜ 포탄의 경우 최대사거리로 쏘면 260m 이상의 오차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155㎜ 포탄 살상반경이 50m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단일 표적을 제압하는데 더 많은 포탄을 발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포탄 소모율이 높아지고, 야포 포신의 수명도 단축된다. 전투 지속 능력 및 병참 지원 유지에도 부담을 높인다. 민간인 오폭 가능성도 커진다.
탄도수정신관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신관에 있는 GPS로 포탄의 위치·시간 정보를 확보하고, 관성항법장치(INS)가 궤적을 계산하면서 정확도를 높인다.
포구에서 발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강도 충격을 견디는 전자회로는 탄도수정신관의 정확도를 높여준다.
포탄은 발사 직후 중력가속도의 수만 배에 달하는 강력한 충격을 받는다. 일반 전자부품은 충격을 받으면 부서진다. 따라서 특수 제작된 내충격 전자회로와 기판이 필수다.
GPS와 전자회로 등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는 예상 탄착지점과 표적과의 오차를 계산한다.
이후 탄두 앞부분에 부착되는 보조 날개(카나드)로 포탄의 궤적을 밀어내는 방식을 통해 편차를 최대한 줄인다. 표적에 근접하면 근접·충격신관 기능을 작동해서 표적을 파괴한다.
탄도수정신관의 이같은 특성은 155㎜ 포를 사용하는 포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정밀도 향상으로 표적 타격에 사용할 포탄의 숫자가 줄어든다. 이는 더 많은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은 155㎜ 포탄 부족 문제를 겪었는데, 단일 표적 파괴를 위해 여러 발의 포탄을 쏴야 했던 문제도 원인 중 하나였다.
탄도수정신관이 배치되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빠르게 표적을 파괴하고 진지를 옮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대전은 포격 위치가 대포병레이더나 드론 등에 쉽게 탐지된다. 최단시간 내 포격을 마치고 다른 진지도 이동하는 것이 생존성 향상에 중요하다.
탄도수정신관을 이용해서 소수의 발사로도 표적을 부수면 적군 대포병레이더에 노출되는 시간도 짧아지므로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등에서도 개발
세계 각국에선 재래식 포탄의 낮은 정확도를 저렴한 비용으로 높이고자 탄도수정신관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쓰였던 엑스칼리버 정밀유도포탄을 갖고 있었으나, 1발당 가격이 약 6만8000달러∼10만 달러(9000만원~1억3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쌌다.
일반적인 155㎜ 고폭탄 1발 가격이 800~1000달러(100만~13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가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일반 포탄의 정확도를 높이는 M1156 PGK 탄도수정신관을 만들었다.
일반적인 신관 기능 외에도 포탄의 궤적을 교정하고자 GPS 유도 체계와 카나드 날개를 갖췄다. 이를 통해 오차를 30m 이하로 줄일 수 있다.
포탄이 비행하는 동안에는 내부 발전기가 전력을 생성한다. 포탄이 불발되거나 표적에서 멀리 빗나갈 경우에 대비, 불발탄 방지 기능도 추가되어 있다.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스도 155㎜ 포탄에 쓰이는 탄도수정신관을 개발했다.
위성항법기술을 이용해서 재래식 포탄을 GPS 정밀유도무기로 전환한다. 탄도 오차를 보정해서 첫 발에 명중탄을 기록하는 것을 지향한다.
튀르키예 로켓산도 대구경 포탄에 사용할 수 있는 탄도수정신관을 만들었다. 오차를 50m까지 줄이는 것으로, 날씨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를 일선 지휘관들에게 제공한다.
중국도 자국의 위성항법체계인 베이더우를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다만 수출용 장비는 알려져 있으나, 중국에서 실제로 사용하는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독특한 방식을 구사한다. 위성항법 외에도 레이저유도를 사용한다.
전방관측병이나 드론이 레이저로 표적을 조사하면, 포탄의 유도부가 레이더 반사광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자전 환경에서 GPS 전파방해를 회피하는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전방관측병이나 드론이 표적에 계속 레이저를 쏴야한다는 문제가 있다.
◆미래 K-9 핵심 장비…해결 과제도
국내에서 만드는 탄도수정신관은 K-9 자주포의 발전 계획을 반영해서 개발이 이뤄진다.
한국군이 운용중인 K-9 자주포는 사격통제능력 등이 향상된 K-9A1을 거쳐 탄약 장전을 완전 자동화하고 최대 발사속도를 6발에서 9발로 높인 K-9A2로 진화할 예정이다.
향후 개발될 K-9A3는 승무원 1명 또는 무인으로 운용된다. 유·무인복합체계를 사용하며 사거리는 80㎞에 달하고, 포신도 58구경장으로 연장된다.
탄도수정신관은 K-9 자주포의 발전 추세에 맞도록 개발이 이뤄진다. 오랜 시간 사용할 것이므로, 향후 등장할 포병 분야 신기술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군에서 사용하는 155㎜ 포탄은 물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규격이 적용된 포탄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한국군 포병 전력의 정확도 향상과 더불어 해외 수출 효과도 기대된다.
개발 과정에서 리스크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서 고강도 전자전을 지속하고 있다.
정밀유도포탄인 미국산 엑스칼리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이기 시작했을 때는 명중률이 70%였으나 러시아 전자전이 강화되자 6%까지 떨어졌다.
북한군도 2000년대부터 GPS 전파방해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고, 한국을 겨냥해 GPS 전파방해를 수차례 감행한 전례가 있다.
러시아를 돕고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을 하면서 실전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을 토대로 전자전을 감행하면, GPS 교란으로 인해 명중률이 떨어질 수 있다.
전자전 공격 시도를 무력화하려면, 탄도수정신관에 전파방해를 저지하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포탄을 발사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강한 충격과 비행 도중 포탄이 매우 빠르게 회전하는 상황 속에서도 부품이 정상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이같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GPS·INS, 전자회로 등이 설계대로 작동해야 표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군은 수백만 발의 155㎜ 포탄을 보유하고 있고, 신규 탄약 생산도 지속하고 있다.
그만큼 탄도수정신관도 대량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개발 완료 후 일선 부대에 원활하게 탄도수정신관을 공급하려면 단가를 최대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탄도수정신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가격 등의 리스크 관리가 프로그램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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