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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버거가 바꾼 인생부터 ‘아이스크림 정치’까지…유명인과 ‘소울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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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민 인턴기자 victory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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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과 소울푸드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연기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네이버 제공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연기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네이버 제공

 

2008년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세계적인 스타로 다시 세운 그의 대표작이다. 이후 ‘아이언맨’ 시리즈와 ‘어벤저스’를 거치며 그가 연기한 토니 스타크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극 중에서 토니 스타크는 치즈버거를 즐겨 먹는다. 게릴라군에 납치됐다가 목숨을 건 탈출에 성공한 직후 그가 가장 먼저 집어든 음식 역시 치즈버거였다.

 

실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도 치즈버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음식이었다.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을 넘어 그의 굴곡진 삶과 재기 과정이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치즈버거. 게티이미지뱅크
치즈버거. 게티이미지뱅크

 

유명인에게 특정 음식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삶의 경험, 때로는 대중에게 남긴 이미지와 연결되기도 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치즈버거, 엘비스 프레슬리의 땅콩버터 샌드위치, 피델 카스트로와 조 바이든의 아이스크림까지. 유명인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다.

 

◆ 약물 중독의 늪에서 돌아서게 한 ‘치즈버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치즈버거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인생의 전환점이자 구원자였다. 2003년 심각한 약물 중독에 빠져 하루하루를 피폐하게 보내던 그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차에 마약을 가득 싣고 운전하다가 패스트 푸드점에 들렀다. 그곳에서 평소 좋아하던 치즈버거를 주문해 한 껏 베어 물었지만, 그는 햄버거의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약물에 의존해 온 자신의 삶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 때 충격을 받은 그는 바다에 마약을 모두 버렸다. 이후 재활에 전념하면서 마약을 끊어냈고, 5년 뒤 ‘아이언맨’으로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구원한 패스트푸드 브랜드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영화에 치즈버거를 먹는 장면을 직접 요청해 연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그에게  치즈버거는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삶이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순간과 다시 시작한 순간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소울 푸드’가 된 셈이다.

 

피넛버터와 식빵. 게티이미지뱅크
피넛버터와 식빵. 게티이미지뱅크

 

◆ 엘비스 프레슬리와 땅콩버터 샌드위치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땅콩버터(피넛버터) 샌드위치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소울 푸드였다. 미국에서 피넛버터는 가격이 저렴해 대표적인 서민 식품으로 꼽힌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가난한 동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엘비스는 어릴 적부터 피넛버터를 자연스럽게 접하며 자란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뒤에도 그의 식탁에서 피넛버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식빵에 이를 바르고 바나나와 베이컨을 넣어 구운 샌드위치를 즐겨 먹었는데, 이 샌드위치는 그의 고향 멤피스에서 ‘엘비스 샌드위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현재까지도 지역 명물로 남아있다.

 

이러한 식성은 그가 생의 후반기 극심한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를 겪을 때 까지도 지속됐다. 1973년 이혼 이후 우울증과 식습관 불균형에 시달리던 그는 고칼로리 음식에 더욱 의지했다. 이후에는 바게트빵 속을 파내고 피넛버터와 잼 한 통을 통째로 채운 뒤 튀긴 베이컨을 넣은 초고칼로리 샌드위치 ‘풀스 골드’까지 즐기게 됐다. 이를 먹기 위해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그의 가족. 아내 프라실라 프레슬리, 딸 리사 마리 프레슬리. AP연합뉴스
엘비스 프레슬리와 그의 가족. 아내 프라실라 프레슬리, 딸 리사 마리 프레슬리. AP연합뉴스

 

문제는 피넛버터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고칼로리의 식습관이었다.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유지하던 그는 결국 체중이 150kg 가까이 불어났고 비만, 변비, 결장 비대, 고혈압 등 여러 건강 문제를 겪었다.

 

그는 1977년, 42세의 나이로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식 사인은 심장부정맥이었지만, 그의 오랜 주치의였던 니코풀로스 박사는 훗날 자신의 저서에서 만성 변비가 죽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부검 당시 그의 몸에서는 13kg이 넘는 대변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생전 심한 변비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년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소박한 피넛버터는 화려한 스타가 된 이후에도 그와 함께였다. 하지만 인생의 후반기로 갈수록 그가 즐겨 찾던 음식들이 과도한 식습관으로 이어졌고, 건강 역시 빠르게 악화됐다.

 

2019년 쿠바의 코펠리아에 손님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EPA연합뉴스
2019년 쿠바의 코펠리아에 손님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EPA연합뉴스

 

◆ 체제의 자존심부터 친근한 이미지까지…정치인들의 ‘아이스크림’

 

정치 지도자에게 음식은 개인적인 기호를 넘어 때로는 체제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대중과 거리를 좁히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반미·반자본주의 노선을 상징했던 쿠바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는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한 자리에서 18스쿱의 아이스크림을 한번에 먹을 정도로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던 그는 쿠바만의 아이스크림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도 아바나에 세워진 대형 아이스크림 매장 ‘코펠리아(Coppelia)’다. 카스트로는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와 견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쿠바의 유제품 산업과 아이스크림 생산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1999년 아바나 국립궁전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구단주를 접견하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 AP연합뉴스
1999년 아바나 국립궁전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구단주를 접견하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 AP연합뉴스

 

카스트로에게 아이스크림이 쿠바의 체제와 산업 역량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에게 아이스크림은 보다 친근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평소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바이든은 선거 유세나 공식 행사에서도 아이스크림을 든 모습으로 자주 등장했다. 정치인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대중과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활용된 셈이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같은 아이스크림이지만 한 사람에게는 체제와 산업에 대한 자존심으로, 다른 한 사람에게는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친근한 이미지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치즈버거, 엘비스 프레슬리의 땅콩버터 샌드위치, 피델 카스트로와 조 바이든의 아이스크림. 누군가에겐 단순한 음식이지만, 인물에 따라 각기 다른 삶의 경험과 기억, 시대적 배경이 함께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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