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 김환기·‘화려한 색채’ 천경자 등
거장들부터 유고 작가 작품까지 ‘한자리’
작가들 이야기 직접 듣고 ‘도슨트 투어’
창작의 순간 ‘라이브 퍼포먼스’도 펼쳐
작품 구매 낯선 관람객 위한 실무강연도
전통적 아트페어 넘어 ‘작가 중심’ 축제로
김환기와 이우환, 천경자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부터 유족의 손에서 오랜 시간 간직돼 온 장성순·성백주의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펼쳐진다. 눈앞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하는 컬렉팅의 세계까지 경험할 수 있는 미술축제가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보는 미술’을 넘어 ‘만나고 경험하고 소장하는 미술’의 장이다.
‘그라운드아트페어 2026(G-round ART FAIR 2026)’이 다음달 17일부터 20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예술을 넘어서, 휴머니즘이 되다’를 지향하는 이번 행사는 작품을 사고파는 전통적인 아트페어의 틀을 넘어 작가와 작품, 관람객과 컬렉터가 만나고 소통하는 ‘작가 중심’ 미술축제를 내세운다.
거장의 작품을 만나는 특별전부터 작가가 직접 자신의 예술세계를 들려주는 아티스트 토크, 작품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는 전문 도슨트 투어, 눈앞에서 창작의 순간을 만나는 라이브 퍼포먼스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여기에 미술시장 강연과 작품 소장·관리 안내 등을 더해 미술을 ‘보는 경험’에서 ‘이해하고 소장하는 경험’으로 확장한다.
◆한국 현대미술 거장 한자리에
이번 아트페어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는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다. 김환기 ‘창공을 날으는 새’ 등 작품 3점을 비롯해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동풍’ 등 3점, 천경자의 ‘찬란한 고독’과 ‘6월의 신부’ 2점이 새 컬렉터를 기다린다. 김창열을 비롯해 구사마 야요이, 웨민쥔 등 국내외 주요 작가의 작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환기의 작업은 산과 달, 구름, 나무, 사슴 등 한국적인 소재에서 출발했다. 파리와 뉴욕 시기를 거치며 점·선·면을 중심으로 한 추상으로 발전했고, 화면 전체를 점으로 채우는 전면점화에 이르러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했다. 점과 선, 절제된 붓질과 여백으로 잘 알려진 이우환의 작품에는 사물과 공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탐구가 담겨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기보다 최소한의 표현을 남기는 방식으로 존재와 시간, 관계에 대한 사유를 이어왔다. 강렬한 색채와 여성 인물로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한 천경자는 꽃과 여인, 여행지의 풍경 등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작품에 담아왔다. 화려한 색채와 인물 표현 속에 고독과 그리움 등 복합적인 정서를 담아낸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한 시대를 돌아보는 특별한 자리도 마련된다. ‘유고작가 특별부스’에서는 장성순(1927~2021)과 성백주(1927~2020)의 유족이 직접 보관해 온 작품을 선보인다. 유족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작품을 통해 두 작가의 예술세계를 다시 조명하고, 이를 새로운 세대의 관람객과 컬렉터에게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별부스에서는 작품뿐 아니라 두 작가의 생애와 창작 배경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전쟁 이후 국내 화단에서 전개된 앵포르멜 미술운동을 이끈 장성순은 현대미술가협회 창립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1961년 제2회 파리비엔날레에 한국 대표 작가로 참가했다. 격렬한 붓질과 물감의 물성,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화면 구성으로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의 한 축을 형성했다. 2017년에는 평생 제작한 작품 가운데 207점을 안산시에 기증했고 이듬해 대한민국예술원상을 받았다. 이번 특별부스에서는 2001년작 ‘추상413’ 등이 소개된다. ‘장미 화가’로 알려진 성백주는 장미를 비롯해 풍경과 사물, 인물, 비구상 작품까지 폭넓게 작업했다. 장미 역시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자유로운 필선과 색채, 형태의 변형을 통해 표현했고,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유족이 보관해 온 2013년작 ‘넝쿨장미 S22’ 등이 나온다.
◆작가와 직접 만나는 아트페어
그라운드아트페어는 관람객이 작품 감상을 넘어 작가와 직접 소통하고, 미술시장에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행사 기간 매일 한 차례 진행되는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참여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 자신의 작업세계와 예술관을 직접 설명한다. 사전 예약을 통한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관람객과 작가가 질의응답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문 도슨트가 주요 작품과 전시를 소개하는 ‘전시 하이라이트 투어’도 운영한다. 작품 해설과 함께 작가별 작품세계, 미술시장 동향, 초보 관람객을 위한 작품 감상법 등을 안내한다. 현대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보다 쉽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임근우 작가는 관람객 앞에서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펼친다. 빈 화면에 붓질과 색채가 더해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공개한다. 완성작 중심의 아트페어에서 창작 과정 자체를 관람 콘텐츠로 확장한 프로그램이다.
미술시장과 작품 구매가 낯선 관람객을 위한 실무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미술품 투자와 컬렉팅의 기본 개념을 비롯해 작품 보존·관리 방법, 현대미술의 흐름과 시장 동향 등을 다루는 강연을 진행한다. 첫 작품 구매자를 위한 컬렉터 인증과 작품 관리 안내도 제공할 계획이다.
작품 구매 이후에도 작가와 컬렉터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행사 기간 두 주체가 직접 교류하는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하고, 향후 작가 작업실 탐방 등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작품 소장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작업과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그라운드아트페어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생각과 창작 과정, 작품의 가치를 직접 이해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미술을 처음 접하거나 첫 작품 구매를 고민하는 관람객도 부담 없이 참여해 자신만의 예술적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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