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단독] 방에 갇혀 술에만 의존… 고립사 2명 중 1명 중독 ‘심각’ [심층기획-닫힌 문 너머]

관련이슈 세계뉴스룸

입력 : 수정 :
장한서·이지민·구예지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1회> 떠난 이의 흔적

10년간 부검자료 262건 조사해보니
사회적 고립 원인 52.5% ‘질병’… 이혼 등도 영향
10명 중 8명이 남성… 50·60·40대 순으로 많아
수면제 등 약물 검출 33%… 정신건강 문제 다수
자살도 34.5% 달해… 평균 30일 지나서야 발견

#1. 50대 남성 A씨는 20여년 전 배우자와 이혼한 뒤 홀로 지내면서 매일 술에 의존하는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건강이 악화한 그는 지역의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다. 퇴원 이후에도 계속 술을 마셨던 그는 이듬해인 2022년 결국 집에서 홀로 숨진 채 20일 만에 발견됐다. 현장에는 비어 있는 소주병이 여럿 발견됐다. 부검 결과 지방간 및 간경화(간경변증) 증상이 확인됐다. 알코올중독도 앓아 이와 관련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2. 60대 남성 B씨는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0년 전 부모님이 이혼하고 그는 따로 나와 쭉 혼자 살았다. 미혼인 그는 무직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그의 마지막 통화 기록은 무려 사망 두 달 전이다. 그는 이웃에 “몸이 아파 힘들다”며 지병을 앓던 자신의 신변을 비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나주영 부산의대 법의학교실(법의학연구소) 교수가 수행한 부검 중 사회와 단절된 채 사망한 ‘고립사(孤立死)’ 사례들이다. 부검 자료 최근 10년치를 분석한 결과 중장년 남성이 고립사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사한 이들 중 절반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운전면허 정지 기준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코올 의존성이 고립 문제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원인이 드러난 고립사의 약 34%는 자살이었다.

 

지난 3월 특수청소 업체와 함께 방문한 경기 부천의 한 고립사 현장. 곰팡이가 핀 음식과 빈 소주병, 담배꽁초가 가득 든 통이 상판 위에 놓여 있다. 장한서 기자
지난 3월 특수청소 업체와 함께 방문한 경기 부천의 한 고립사 현장. 곰팡이가 핀 음식과 빈 소주병, 담배꽁초가 가득 든 통이 상판 위에 놓여 있다. 장한서 기자

◆고립사 262건 분석… 중장년 남성 취약

 

본지는 지난 5개월간 심화하는 사회적 고립 문제를 다각도로 진단하기 위해 고립사 법의부검 분석과 함께 고립 경험 중장년 남성 10명,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및 사회복지사 20여명, 사회복지계 전문가들을 만났다.

 

취재진은 나 교수 연구팀(김민재·김태훈 박사과정, 장지원·손인규 석사과정)과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수행한 법의부검 자료를 분석했다. 나 교수는 “고립사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전체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법의부검 자료 분석 제안에 응했다. 나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 과장 출신 법의학자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에 따르면 고립사란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이나 병사 등으로 임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고립사 실태조사는 변사사건의 현장 감식 자료만 활용한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고립으로 사망한 이들의 부검 자료로 사망원인, 질병, 복용약 등도 함께 분석했다. 고인의 사회·경제적 배경뿐 아니라 건강 상태 등까지 면밀히 살폈다. 분류 작업은 고립사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례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외롭고 쓸쓸하다’는 뜻으로 개인의 감정 상태에 집중하는 ‘고독사’보다 사회적 맥락을 부각하기 위해 ‘고립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23일 총 1347건의 부검 사례를 살핀 결과, 고립사는 26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고립사에서 남성이 209명으로 79.8%에 달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85명(32.4%)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67명(25.6%), 40대 53명(20.2%), 70대 30명(11.5%) 등의 순이었다. 30대와 20대 고립사도 각각 11명(4.2%), 6명(2.3%)이다.

 

나 교수는 고립사 중 중장년 남성이 다수인 점과 관련해 “건강관리 및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며 실직, 이혼 등으로 삶이 무너진 뒤 술에 의존하고 각종 질병에 걸리는 경향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알코올 다량 검출 49%

 

고립사로 사망한 이들의 신체 내에서 혈중 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262명 중 127명(48.9%)은 면허 정지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검출됐다.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사망한 40대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45%로 가장 높았다. 알코올이 직접적인 사인으로 확인된 사례는 C씨를 포함해 4건이다.

 

부검으로 사망 원인이 확인된 110건 중 질병 등 내적 원인에 의한 죽음을 의미하는 ‘내인사(內因死)’가 56건이었다. 이들 중 알코올과 관련된 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많았다. 뇌실질내출혈 8건, 간경화증 2건 등이다. 또 위장관출혈(13건)과 급성괴사식도염(1건) 등 소화기계 이상으로 인한 사망이 21건으로 내인사 중 가장 많았다. 이 역시 알코올과 연관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 외에 허혈성심장질환 등 심혈관계 문제로 인한 사망이 13건, 중추신경계 이상 9건 등이다.

 

나 교수는 “일반적으로 변사사건을 부검하면 절반가량은 심혈관계 문제로 확인된다”며 “반면 고립사는 소화기계 문제로 사망한 경우가 많다. 해당 질환들은 술이 원인이 되거나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각종 질환 탓에 복용 약물이 시신에서 검출된 경우는 87명으로 33.2%를 차지했다. 수면제·최면진정제가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진통제 등 통증 관련 약물 30명, 항우울제 26명, 고혈압약 20명, 정신신경용제 18명, 향정신병약 17명 등이다. 신경·정신과 관련 약물이 다수 검출된 만큼 고립 사망자 중 상당수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고립사는 ‘자살’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사인이 규명된 110건 중 자살이 38건(34.5%)이다. 특히 약물·화학물질 등 중독사가 20건으로 자살 사례 중 절반을 넘었다.

 

60대 남성 D씨는 급성약물중독으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7개월가량 모텔에서 장기투숙한 그는 과거 사업 실패로 빚을 떠안은 상태였다. 이혼 뒤 자녀와 10년 넘게 교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평소 우울 증세도 있었다. 20년 전 이혼 뒤 홀로 지낸 50대 여성 E씨는 당뇨와 고혈압, 대상포진 등 여러 질환으로 고통을 겪다가 신변을 비관해 급성 약물 중독으로 숨진 뒤 40일 만에 발견됐다.

 

고립사 예방을 위해선 고립 위험군 발굴 및 사회적 관계망 확대와 더불어 약물 중독·알코올 장애와 관련된 대책도 함께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 교수는 “고립사 우려자의 약물 남용을 막을 제도적 방안도 필요하다”며 “약물에 대한 통합적 관리와 함께 고립사 및 알코올 장애에 대한 유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혼·무직·질병… 고립의 배경

 

결혼 여부 및 지속 상태는 고립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전체 262명 중 결혼 여부가 확인되는 215명(82.1%)을 별도 분석했더니 이혼 또는 별거 상태에서 홀로 숨진 경우가 106명(49.3%)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미혼도 93명(43.3%)이나 됐다. 반면 결혼을 포함한 동거 상태는 8명(3.7%)에 불과했으며, 배우자와 사별도 8명뿐이었다.

 

취업 상태가 확인된 고립사 225명 중 무직은 166명으로 73.8%에 달했다. 임시·일용직 등 불규칙한 근로 상태는 41명(18.2%)이다. 취업자는 17명(7.6%)에 그쳤다. 고립사한 이들 중 생산연령인구인 40~50대가 절반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질병과 실직 등으로 인해 무직 상태로 고립에 빠져 사망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유가족 등 주변인 진술을 바탕으로 고립사 사망자들이 생전에 사회적 고립을 겪은 이유(복수 응답)가 확인된 202건(77.1%)을 살핀 결과 ‘질병’이 106건(52.5%)으로 가장 많았다. 또 ‘이혼 등 가정 해체’가 95건(47.0%), ‘경제적 문제’ 70건(34.7%), ‘기타(종교적 문제 등)’ 15건(7.4%) 등이었다.

 

고립사한 이들은 평균 30.43일이 지나서야 다른 사람에게 발견됐다. 고립사 발견자는 공동주택 관리자 및 집주인이 29.4%로 가장 많았다. 발견 장소는 빌라 포함 단독주택이 43.9%, 고시원 등 임시 임대 위주 주거 24.1%, 아파트 23.7%였으며, 모텔 등 숙박업소도 5.7%였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는 고립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질병과 정신건강, 알코올 의존 등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적인 사회문제라는 점을 의미한다”며 “특히 복지 체계 밖에 있는 중장년의 경우 자기 돌봄의 끈을 놓은 채 지내면서 사회 관계망에 포착되기도 어렵다. 의료·복지·정신건강 서비스 등을 연계해 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피니언

포토

베이비몬스터 아현 '시크한 손인사'
  • 베이비몬스터 아현 '시크한 손인사'
  • 아워벌스데이 국초록 '해맑은 미소'
  • 앳하트 나현 '센터 비주얼'
  • 장도연 'AI 남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