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제주 실종 여성 담당경찰, 다른 실종도 허위종결

입력 : 수정 :
제주=임성준 기자, 이지안·배민영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신고 51일 만에 60대男 시신 발견
가족에 “연락 닿아” 거짓말 판박이

프로파일링 시스템도 삭제… 가족 재신고로 드러나

담당 경찰 직무유기 혐의 긴급체포
警 허술한 실종자 처리 파문 확산
한 총리 “철저히 진상 조사하라”

제주 30대 여성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이 앞서 다른 실종 사건도 ‘판박이’로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실종자가 실종 신고 51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일선 경찰관이 변사 등의 해제 사유를 입력하면 추가 확인 절차 없이 곧바로 사건이 종료되는 시스템상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가 철저한 진상 조사와 제도적 보완을 공언했지만 막강한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제주시 한림항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 인력이 지난 5월 실종신고가 최초 접수된 장미란(37)씨를 찾기 위해 테트라포드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제주시 한림항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 인력이 지난 5월 실종신고가 최초 접수된 장미란(37)씨를 찾기 위해 테트라포드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제주시 일대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37)씨를 수색하던 중 지난달 2일 최초 실종 신고 접수된 60대 남성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 실종 사건을 처음 담당한 경찰관은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부모 경장이었다. 장씨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경찰관과 동일인이다.

 

부 경장은 장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A씨 실종 신고가 접수된 당일 가족에게 A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거짓말한 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자를 직접 만나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부 경장은 ‘경찰관 만나기를 거부했고, 신고자에게 휴대전화번호 등을 알리지 말 것을 요청한다’는 사유로 해제 처리했다.

 

게다가 경찰은 A씨 가족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 여전히 실종자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서를 방문했지만 전 실종 업무 담당자(부 경장)의 해제 사유를 믿고 상담 후 돌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제주서부경찰서 앞에서 지난 7월 2일 실종신고를 했으나 허위 종결된 후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실종자 A씨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며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제주서부경찰서 앞에서 지난 7월 2일 실종신고를 했으나 허위 종결된 후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실종자 A씨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며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 사건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장씨 실종 사건을 접한 A씨 가족이 21일 경찰에 다시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실종자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이튿날인 22일 A씨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부 경장이 그동안 담당했던 실종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21일 A씨 사건이 허위로 종결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유족은 “경찰이 ‘실종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알아보라’고 했을 뿐”이라며 “사람이 백골이 될 때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때까지 경찰은 무엇을 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제주 30대 여성 실종 사건 허위 종결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부모 경장이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 30대 여성 실종 사건 허위 종결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부모 경장이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그동안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아온 부 경장은 전날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부 경장이 A씨 사건 외에 장기 실종 상태인 장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 처리한 데다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는 장씨가 숨졌다는 의미의 ‘변사’ 등으로 입력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15일 오후 6시43분 장씨 실종신고가 접수되자 허위 보고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은 최초 신고가 접수된 후 2시간30여분 만인 오후 9시16분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자 장씨의 휴대전화에는 5월12일 실종 이후 경찰관 등 어떤 통화내용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 경장의 통보로 안심한 장씨 가족이 그 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달 19일 다시 실종신고를 하면서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도 장씨 실종을 성인의 단순 가출로 판단해 생활 반응 확인에 3주를 허비했고,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가족이 장씨 사진이 담긴 전단을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포하고 언론 보도가 나가자 실종 3개월여 만인 지난 20일에야 집중 수색을 시작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23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인근 에서 실종자 수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23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인근 에서 실종자 수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장씨는 5월12일 밤 남자친구와 장기 투숙하던 제주시 한림읍의 한 펜션에서 오후 10시15분쯤 혼자 휴대전화를 들고 슬리퍼 차림으로 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을 마지막으로 행적이 끊겼다. CCTV 영상은 장씨 남자친구가 언론에 제공했다. 그런데도 부 경장은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남자친구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최초 신고일(5월15일)로부터 96일, 실종 추정 지점 인근 CCTV 영상이 전량 삭제된 지(6월19일) 61일이 지나서야 뒤늦게 영상 확보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씨가 실종된 한림읍 일대 방범용 CCTV 111대와 제주자치경찰단 교통정보센터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에서 장씨 실종 추정일이 포함된 5월12∼20일의 영상이 지난 6월 중순(6월11∼19일)쯤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제주도에 방범용 CCTV 영상 열람을 요청하는 공문을 이달 19일에서야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로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상 팀장·반장 등의 ‘이중 확인’ 절차가 없어 담당 경찰관이 허위로 종결 처리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는 허점도 드러냈다. 성인 여성 실종의 경우 중증 위험도로 판단하는데도 부 경장은 112신고 처리 단계에서 종결 처리하며 위험도를 체크하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도 입력하지 않았다.

 

부 경장은 지난달 19일 실종 사건 재수사가 시작된 지 사흘 만인 22일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혐의로도 조사받고 있으며 현재 직위해제 상태다. 부 경장은 이날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이동하며 허위 종결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호송차에 올랐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경찰의 실종 수사 부실 논란과 관련해 경찰청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이번 실종 사건의 수사 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오피니언

포토

베이비몬스터 아현 '시크한 손인사'
  • 베이비몬스터 아현 '시크한 손인사'
  • 아워벌스데이 국초록 '해맑은 미소'
  • 앳하트 나현 '센터 비주얼'
  • 장도연 'AI 남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