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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수로 100조+α… “재정 저수지” vs “정부 쌈짓돈” [미래대응기금 조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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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권구성·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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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상환 계획 없어 우려

청년·성장·지방·교육에 중점 투자
기금 20%는 국회 승인 없이 운용
野 “편법적 상시 추경될 것” 비판

반도체 경기 따라 재원 변동성 커
“국회 통제권 강화·용처 구체화를”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되는 100조원대의 추가세수로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히자, 국회의 통제권을 벗어난 ‘상시 추경예산(추가경정예산)’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여당은 긴급한 정책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저수지’라는 입장이지만, 국가채무를 먼저 상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 ‘쌈짓돈’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세수를 적립한 뒤, 미래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다. 기금에는 내국세의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을 웃도는 ‘추가세수’와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 남은 예산인 ‘세계잉여금’이 투입된다. 정부가 기금의 규모를 밝히진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세입 여건상 100조∼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쟁점은 100조원을 상회하는 막대한 재원이 기금의 형태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기금은 기금운용계획상 주요 항목의 지출금액을 일정 범위 내에서 국회의 사전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다. 사업성 기금은 20%까지, 금융성 기금은 30%까지 가능하다. 새로운 사업을 임의로 신설할 수는 없지만, 국회 사전 의결 없이 기존 사업에 편성된 지출 규모를 회계연도 중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상시 추경’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가운데)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가운데)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를 위해 미래대응기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금의 구체적 용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큰 틀에선 청년, 성장 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에선 미래대응기금의 사용범위가 광범위하게 설정될 경우, 국회의 재정 통제 기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기금은 ‘편법 저수지’ 성격을 띤 제2의 일반회계”라며 “국민 혈세를 정부 마음대로 쓰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미래대응기금의 장기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당장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가 걷히겠지만, 반도체 업황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기금의 재원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금의 조성 배경으로 ‘높은 반도체 의존도에 따른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를 들었는데, 역으로 ‘기금의 변동성’에 대해선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계속적으로 지출하는 사업을 경기순환적인 재원으로 충당하겠다는 건 재정 안정화 역할과 모순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가 세수를 통한 국가부채 상환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한국의 국가채무는 1415조원에 달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통상 초과세수나 세계잉여금은 국채 상환에 쓰이지만, 이들 재원이 기금 조성에 동원될 경우 국채 상환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채를 우선 상환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바보 같은 짓 중 하나”라고 언급했는데,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 부담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필요하다면 기금을 통해 매년 발행해야 할 국채의 물량을 줄여서 전반적으로 우리 국가 재정 상태를 양호한 방향으로 끌어가겠다”며 국채 발행을 조절하는 식의 대응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부의 방향대로 기금을 신설하기 위해선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기금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기존 추경과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고,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기금에는 정부의 과도한 재량이 들어가 있어 의회의 재정 통제주의에 반한다”며 “정부안은 부채 관리를 배제하고 적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재정운용으로, 대규모 재정적자를 영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예상되는 추가 세수의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감세나 국채 상환보다는 저축을 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 추세선에 따라 기금 규모에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견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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