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6년 차 직장인 김모(34) 씨는 지난달 서울 노원구의 한 20평대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고 등기를 마쳤다. 만기를 앞둔 전셋집 집주인이 보증금을 큰 폭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데다, 주변 전세 물건마저 자취를 감추자 결단을 내렸다.
김 씨는 “일반 대출 규제는 한도가 꽉 막혔지만,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대상 디딤돌 대출을 활용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를 채워 간신히 자금을 맞췄다”며 “앞으로 금리 변동이나 집값 하락이 부담스럽지만, 지금 사지 않으면 영영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김 씨처럼 대출 규제의 틈새인 정책금융을 지렛대 삼아 서울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3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매수세가 통계로 확인됐다.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집합건물 가운데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한 비중이 54%에 육박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연립주택·오피스텔 등) 생애최초 매수자 등기 건수는 9343건을 나타냈다. 이는 전월(8006건) 대비 16.7%가량 늘어난 규모다. 건수 기준으로는 2020년 8월(1만 2318건)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 전체 거래의 53.8% 차지… 2010년 이래 역대 최고 기록
비중 측면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 전체 매매 등기 1만 7371건 가운데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비중은 53.8%를 기록했다. 이는 대법원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역대 최고 수치다.
주택 시장 과열기였던 2020년 8월의 경우 생애최초 매수 건수가 1만 건을 넘었으나, 당시 전체 거래(2만 5396건) 중 생애 첫 매수 비중은 40.3%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 생애최초 매수세는 완연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올해 1~8월 누적 서울 집합건물 거래 12만 485건 가운데 생애최초 거래는 5만 7416건으로 47.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중인 37.9%와 비교해 10%포인트 가까이 뛰어올랐다.
◆ 규제 틈새 파고든 ‘디딤돌 대출’… 30대 거래가 과반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조치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디딤돌 대출 등 저리 정책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년층 위주로 거래가 재편된 셈이다.
현재 생애최초 구입자는 규제지역 내에서도 LTV를 80%까지 적용받는다. 신혼부부나 신생아 출산 가구는 LTV 70%까지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이점은 실제 연령별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달 서울 생애최초 매수 거래 중 30대의 매수 건수는 4855건으로 전체의 52%에 달했다. 2위를 기록한 40대(2419건)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 30대 매수액 40%가 빚… 하락장 진입 시 ‘상투’ 경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10일부터 7월 말까지 30대의 서울 주택 매수 금액은 약 39조 5984억 원으로 전 연령대 중 1위(전체 106조 9712억 원의 37%)를 기록했다.
자금 조달 방식에서 대출 의존도는 상당한 수준을 나타냈다. 30대 매수 자금 중 금융기관 대출액은 15조 8724억 원으로 전체의 40.1%를 차지했다. 이는 40대(25.1%)나 50대(14.5%)의 대출 의존도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해당 기간 자금조달계획서상 전체 대출 총액 28조 3512억 원 중 약 56%를 30대가 홀로 빌렸다.
자산 형성 기간이 짧은 직장 초년생 특성상 자기 자본이 부족해 빚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30대의 부동산 처분 대금 비중은 18.7%에 그쳐 40대(37.8%)와 50대(43.1%)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0·15대책 이후 대출이 강화되고 전세를 낀 주택 매수도 어려워졌는데 전월세 가격 상승과 집값 불안심리가 30대의 내 집 마련을 부추기는 격”이라며 “다만 향후 집값이 하락하면 자칫 청년층이 ‘빚투’로 상투를 잡는 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공급대책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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