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천안시에 따르면 천안지역에 대학들이 분교 설립을 목적으로 매입한 땅이 1988년 이화여대 19만평, 호남대 20만평 등 모두 40만평에 달한다.
그러나 매입만 해놨을 뿐 분교 설립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막대한 토지가 휴경지로 방치되고 있어 개발을 기대했던 주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분교 설립을 목적으로 1988년 4월부터 1989년까지 2월까지 8개월에 걸쳐 북면 은지리 일대 토지 72필지 19만3600평을 평당 2만∼3만원대 가격에 매입했지만 학교동문의 반대에 부딪혀 조성계획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수천평의 농지가 휴경지로 전락, 16년 동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호남대도 2002년 이 대학 법인인 성인학원이 하이닉스반도체 소유 토지였던 천안시 성거읍 문덕리 일원 20만3967평을 평당 5만3800원씩 모두 120억원에 매입, 캠퍼스 신설 계획을 세웠지만 교육인적자원부가 신 행정수도 이전과 맞물려 국가균형발전에 저해된다며 충청권 대학설립 인가신청을 반려하면서 2년 동안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태다.
현재까지 교육부는 국가 균형발전, 교육정책 목적과 배치돼 인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호남대의 대학 분교 설립은 좌절된 상태다.
천안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두 학교 모두 부지 매입 이후에 학교 설립 인허가에 관련된 어떤 협의 요구나 연락도 없었다”며 “대학들이 분교 설립 의지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에 이어 호남대마저 분교 설립이 좌절, 40만평에 달하는 막대한 토지가 활용되지 못하면서 학교 유치로 개발을 기대했던 지역 주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대학이 매입한 대부분의 토지가 개발허용이 가능한 관리지역(옛 준농림지)이어서 주거 등 지역개발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많다.
주민 김모(46·천안시 북면)씨는 “대학이 들어선다고 해서 상권도 개발되고 경제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가져 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지금까지도 아무 변화가 없다”며 “학교 측이 의지가 없다면 주민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천안시의회 신광호 의원도 “토지 매입시 주민들의 거부 움직임이 전혀 없을 정도로 협조적이었다”면서 “지역 주민의 기대가 큰 만큼 적극적으로 분교 설립을 추진하든지 토지를 되돌려주든지 하루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관계자는 “대학 재정여건과 구조조정 등으로 분교설립이 답보상태인 것은 사실”이지만 “제3자에게 토지를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며 장기발전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이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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