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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yers_Boxer’가 임요환의 아이디 된 사연

입력 : 2007-04-03 14:59:00 수정 : 2007-04-03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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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임요환, 월간공군 기고문에서 프로게이머 데뷔과정 소개 “게이머들의 우상이던 신주영·이기석 선수와 배틀넷에서 우연히 만나 신 선수에겐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마추어 게이머 길드의 소속원일 뿐이었다.”
공군 중앙전산소에서 복무 중인 ‘스타크래프트 황제’ 임요환(27) 일병의 회고 중 일부다. 임 일병은 ‘월간공군’ 4월호에 기고한 ‘슬레이어즈_박서(Slayers_Boxer)의 탄생’이란 글을 통해 아마추어 길드 구성원에서 프로게이머로 변신한 과정을 솔직히 그렸다.
1990년대 후반 임 일병의 고민은 한동안 활동하던 게이머 길드 ‘포레버(Forever)’의 해체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스타크래프트 버전의 변화도 한몫 했다. 오리지널 버전에서 ‘브러드 워(Brood War)’로 바뀌면서 종족 간의 밸런스나 유닛을 사용하는 방식 또한 달라진 것. 게임에서 계속 이기기 위해선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임 일병은 스스로 길드를 만들기로 했다. 살해자란 뜻의 영어 단어 ‘슬레이어(Slayer)’를 찾아내 새 길드 이름으로 삼은 뒤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슬레이어즈_박서(Slayers_Boxer)’는 길드 명칭 대신 그의 아이디가 됐다.
좌절감 속에서 임 일병은 혼자 게임에만 몰두했다. 실력도 쑥쑥 늘었다. 어느덧 배틀넷에서 그의 성적은 상위권에 랭크됐고 ‘Slayers_Boxer’란 아이디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마침내 1999년 8월 임 일병의 인생에 전기가 찾아왔다. 그날도 PC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던 그에게 프로게이머 매니지먼트사 ‘시나브로’ 김양중 사장이 찾아온 것. 임 일병의 회고다.
“자네, 실력 좋다고 소문이 나있던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건 어떤가?” 꿈만 같은 일이었다. 당시 래더 순위 수위권의 고수들은 속속 프로게이머로 진입하고 있었으며, CF나 방송 출연을 통해 유명세를 얻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게임을 떳떳한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내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임 일병은 선뜻 “하겠다”고 했지만 부모의 설득이 문제였다. 재수학원도 팽개친 채 게임에만 매달리는 아들을 걱정하던 아버지·어머니가 반대한 것은 당연했다. “컴퓨터 게임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일반인에겐 아직 낯선 시절이었다.
갖은 노력 끝에 부모 허락을 받아낸 임 일병은 ‘시나브로’ 매니지먼트의 정식 프로게이머가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새로운 시련이 닥쳐온다. 임 일병은 “프로게이머로서의 시작이 포부와 기대만큼 쉬웠다면 좋았겠지만 프로의 세계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며 “프로게이머가 돼 처음 출전한 대회는 곧 첫 패배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공군본부가 간행하는 ‘월간공군’은 올해 들어 ‘임요환의 인터미션’이란 정기 코너를 신설했다. 지난해 공군에 입대, 중앙전산소로 배치된 그는 지난달 9일 이병에서 일병으로 진급했다. ( 사진 = 월간공군 제공)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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