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용병들이 약물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모 팀의 투수 A씨는 “예전에 용병이 준 카페인 성분이 든 알약을 먹어봤는데 그날은 아픈 것도 모르고 눈이 똥그래질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잠을 못 자니 다음날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몸이 안 좋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용병들은 수시로 알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씨가 먹었다는 알약은 일명 ‘그리니’로 불리는 집중력 강화제로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 성분이 최고 50배 이상 높다. 이 약을 먹은 선수는 성격이 전투적으로 변하고, 경기 집중력이 높아져 성적이 향상된다. 전직 프로야구 트레이너 B씨도 “90년대 후반부터 들어온 용병들이 알약을 먹고 성적이 좋아지자 국내 선수들도 암암리에 따라 했다”며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어 내가 한때 선수들 락커룸을 뒤져 약병을 압수했지만 선수들은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근육강화제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스테로이드가 선수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C선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몇 년 전 스테로이드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인 트레이너로부터 혈액 샘플을 보내주면 체질에 맞는 비밀 스테로이드를 완벽하게 세팅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프로야구 전문가 D씨는 “C선수는 거절했지만 실제로 비슷한 시기 국내 타자들의 몸집이 갑자기 커지면서 홈런이 쏟아졌다”면서 “이들은 검은 유혹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마추어 스포츠는 번번이 도핑에 걸려 문제를 일으켰다. 유도·레슬링·복싱 등 체급 종목 선수들은 체중 감량용 이뇨제를, 양궁·사격 선수들은 집중력 강화제를, 보디빌더들은 근육강화제를 사용한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전직 유도선수인 정모씨는 중2 때부터 이뇨제에 손을 댔다. 중·고교 때 도 대표선수였던 그는 체중조절에 실패하면 대회 하루 전날 약을 먹었다. 음식조절과 운동, 사우나까지 해도 살이 안 빠지면 이뇨제가 최후의 수단이었다. 약을 먹고 나면 속이 부대끼고 몸에 쥐가 날 만큼 힘들었지만 학교에서 수업료, 기숙사비를 대며 대회 출전을 지원하는 탓에 쉽게 약을 끊을 수 없었다. 그는 “선배들을 따라 시작했지만 각종 부작용을 겪어 내 몸이 망가진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후회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도 국가대표 출신인 E씨 역시 “체급 종목 선수 중에는 이뇨제를 안 먹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처음엔 한 알씩 먹던 선배가 갈수록 양이 늘어 한 번에 스무 알까지 먹는 걸 봤다”고 증언했다.
대학 보디빌딩 선수인 F씨도 “대학이나 실업 선수 10명 중 7명은 약을 투여하는 것 같다”며 “코치나 선배들이 입상하려면 약을 써보라고 권유하지만 전문 선수의 길을 계속 갈지 확신이 안 서 손대지 않고 있다”고 고백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김동진·박은주·유덕영·이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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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도핑=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의도적으로 복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220여종이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스테로이드=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지는 신체조절물질의 포괄적인 명칭. 문제가 되는 약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단백질 흡수를 촉진해 근육 생성을 돕는 효과를 내지만 후유증과 부작용이 심하다.
◆성장호르몬=뼈, 연골 등 성장과 지방 분해,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과다 투여할 경우 당뇨나 근육병, 미세혈관 장애, 조기 사망 등 부작용을 낳는다.
◆이뇨제=체급 종목에서 감량을 쉽게 하려고 사용하는데 신속하게 오줌으로 배출시켜 약물의 농도를 감소시킨다.
◆미첼 보고서=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미첼위원회가 미국 프로야구(MLB)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조사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 9개월 동안 1000여명을 인터뷰한 보고서엔 유명한 전·현직 선수 88명의 약물 복용 행태가 담겼다.
◆도핑=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의도적으로 복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220여종이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스테로이드=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지는 신체조절물질의 포괄적인 명칭. 문제가 되는 약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단백질 흡수를 촉진해 근육 생성을 돕는 효과를 내지만 후유증과 부작용이 심하다.
◆성장호르몬=뼈, 연골 등 성장과 지방 분해,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과다 투여할 경우 당뇨나 근육병, 미세혈관 장애, 조기 사망 등 부작용을 낳는다.
◆이뇨제=체급 종목에서 감량을 쉽게 하려고 사용하는데 신속하게 오줌으로 배출시켜 약물의 농도를 감소시킨다.
◆미첼 보고서=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미첼위원회가 미국 프로야구(MLB)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조사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 9개월 동안 1000여명을 인터뷰한 보고서엔 유명한 전·현직 선수 88명의 약물 복용 행태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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