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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지배하는 '그림자정부'…그 실체와 음모를 밝히다

입력 : 2008-07-04 21:23:06 수정 : 2008-07-04 21: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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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에스툴린 지음/김수진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1만5000원
빌더버그 클럽/다니엘 에스툴린 지음/김수진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1만5000원

‘신용카드는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는 소련 KGB의 계획에서 출발했다.’ ‘포클랜드 전쟁은 아르헨티나의 핵에너지 개발을 저지하는 전쟁이었다.’ ‘원자력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저지하여 경제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음모이다.’ ‘영국의 아편 사업을 금지한 이란의 샤를 몰아내고 호메이니를 옹립했다.’ ‘전 세계적인 금연운동은 사생활에 대한 억압을 제도화하려는 음모이다.’ ‘신 세계 질서 수립에 비협조적인 닉슨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작했다.’ ‘인권과 정의를 내세운 코소보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은 국가의 주권을 빼앗아 세계 유일 정부를 수립하려는 계획의 일부이다.’ ‘총기규제를 역설하는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은 미국을 무장해제하려는 빌더버그 클럽의 작품이다.’

이쯤 되면 음습하다 못해, 무시무시하다. 도대체 빌더버그 클럽이 뭐기에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을 뒤에서 기획하고 조종할까. 부제가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인 ‘빌더버그 클럽’은 스페인의 저널리스트 다니엘 에스툴린이 16년간 추적한 끝에 쓴 책이다. 책의 결론대로 빌더버그 클럽이 각국의 주권을 빼앗아 세계 유일 정부를 구성하려는 거대한 세력이라면 저자는 틀림없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쓴 작업임에 틀림없다. 실제 저자는 텅 빈 엘리베이터 통로에 떨어져 죽을 뻔하거나 묘령의 여인이 접근해 유혹하다 느닷없이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등 숱하게 겪은 위험한 고비를 취재 뒷이야기에 소개하기도 했다.
◇빌더버그 클럽 회원들이 속속 회의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빌더버그 클럽은 1954년 네덜란드 왕자 베른하트 주도로 만들어졌다. 프리메이슨 같은 일종의 ‘비밀결사’에 비견되는 클럽에는 아이젠하워 이후의 모든 미국 대통령과 유럽 각국의 왕실, 세계의 주요 지도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리오넬 조스팽 전 프랑스 총리,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 존 케리 전 미 민주당 대선 후보,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멜린다 게이츠 부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유럽 금융의 큰손 로스차일드가(家),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등도 잘 알려진 주요 멤버들. 책은 지구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정책은 해마다 비밀리에 열리는 빌더버그 회의에서 결정된다고 단정한다.

책은 나아가 빌더버그 클럽의 정책을 거스르는 지도자는 암살되거나 권력을 잃고 클럽에서 지명한 인물이 새 지도자에 오를 정도로 빌더버그 클럽의 세력은 막강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계 굴지의 언론 총수들도 대부분 이 단체의 회원이라 빌더버그 클럽은 비밀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네덜란드 빌더버그에 있는 빌더버그 호텔. 1954년 빌더버그 클럽이 탄생한 곳이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빌더버그 회의는 보안을 위해 회기 동안 호텔 하나를 통째로 임차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회의 장소로 결정된 호텔은 청소부터 잔심부름까지 모두 CIA 요원들과 모사드 요원들이 해결한다. 그들은 건물 내외부를 샅샅이 수색하고, 관련 직원들도 철저히 조사해 손톱만큼의 의심이라도 생기는 사람은 곧장 집으로 돌려보낸다.

책은 빌더버그 클럽이 모두에 열거한 것 이외에도 국제유가 통제, 각국의 금융위기 조장은 물론 심지어 가공할 테러와 유괴 등 반인륜적 행위까지 동원해 전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벨기에의 필립왕자. 빌더버그 클럽에는 유럽 각국의 왕실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책은 세계를 지배하는 엘리트 집단으로 빌더버그 클럽과 함께 미국외교협회(CFR)와 삼각위원회(TC)를 추가로 소개했다. 백악관 실무진들을 포함해 미국의 권력 엘리트 3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CFR 위원장은 체이스 맨해튼은행 회장을 역임한 세계적 금융가 데이비드 록펠러다. 미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민주당원이건 공화당원이건, 보수주의자건 자유주의자건 간에, CFR의 권능과 목표는 변함없이 지속된다. TC도 데이비드 록펠러에 의해 설립됐다. TC는 수립 초기만 해도 3개 대륙에서 각각 동수의 회원을 선발하려 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곧 늘기 시작해, 1980년에는 이미 그 한계치를 넘었다. 유럽 그룹은 현재 회원이 150명. 미국은 85명, 캐나다와 멕시코는 각각 10명이다. 일본 회원은 75명, 한국 회원은 11명,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는 각각 7명, 동남아시아연합 5개국은 15명이 할당돼 있다. 우리나라엔 한 여당 중진의원이 회원으로 알려져 있을 뿐 나머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각국의 주요 인사들은 이 세 단체에 중복 가입해 있다. 미국의 경우 빌더버그 클럽과 CFR, TC가 미국 양당 출신의 대통령 후보 전원과 미 상하원 의원들, 정치권 요직, 주요 언론, CIA 및 FBI, IRS(국세청) 전원, 기타 워싱턴의 정부 조직 대다수 구성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빌더버그 클럽의 존재와 활동 내용이 음모인지, 그 존재를 추적하고 기록으로 남긴 저자의 작업이 음모론인지 파헤치는 것만으로도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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