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國 건국해 세계 중심무대로 진출 큰 의미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
광복 63주년,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있다. 광복이란 말 그대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것으로 우리 민족이 식민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민족은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돼 대한민국이란 국호와 태극기를 상징으로 독립된 주권 국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건국이란 국민주권에 의한 제헌의회와 제헌헌법을 통해 대한민국을 만들어 세운 것을 상징한다. 광복은 민족적 개념과 조건적 의미를 강조한 것이지만 건국은 국가적 개념과 적극적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광복이 더 중요하냐, 건국이 더 중요하냐는 것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강조점과 상징성의 차이다.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우리 민족에 다시는 주권을 빼앗기지 말자는 뜻에서 광복절은 여전히 기려야 할 의미가 있지만 또다시 식민지가 될 위협에 놓여 있지 않는 한 광복보다는 점차 건국을 기리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식민지로부터의 해방보다는 독립국가를 만들어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대한민국의 탄생 개념이 보다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고려나 조선의 건국 혹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기려지듯 우리는 대한민국의 시대를 살고 있기에 대한민국의 탄생인 건국을 강조하는 것이 맞다.
대한민국은 조선 말의 ‘대한제국’과 상해임시정부의 ‘대한민국’을 계승한 정통성을 갖는 국가이다. 더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쓰나미처럼 불어 닥친 공산 제국주의의 확대와 침략을 막아내며 만들고 지킨 나라일 뿐만 아니라 민족사 최초로 근대적 민주공화정을 시작한 나라다. 대한민국 시대에 우리는 자유 확대와 경제적 번영으로 세계 중심무대로 진출했고 민족사적으로 가장 성공한 시대를 열었기에 이제는 광복보다는 대한민국 건국을 기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 단절시키려 하나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
1982년 한국민 전체가 크게 흥분한 일이 있었다. 일본의 역사왜곡 때문이었다. 일본이 침략을 ‘진출’로 표현한 교과서를 발행했다고 하여 국민 전체가 일어나 일본의 역사 왜곡을 규탄한 것이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역사 왜곡이 진행되고 있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올해를 건국 60년이라며 각종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광복절도 건국절로 바꾸자고 한다. 건국 60년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다는 것이고, 건국절은 일제로부터 독립한 것보다 건국에 의미를 두자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1919년 3월1일에 독립을 선언하고,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한 임시정부를 수립해 독립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독립 후 임시정부를 계승·재건해 1948년 똑같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다. 앞의 것은 부정하고, 뒤의 것만 기리자는 것이다.
식민지였다가 독립해 국가를 세운 경우 ‘독립’보다 ‘건국’에 의미를 둔 나라는 없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1776년 7월4일 독립을 선언하고, 독립전쟁을 전개하여 1783년 독립한 후 헌법을 제정하고 1789년 미합중국을 건국했다. 미국은 건국을 기념하지 않는다.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정하고 이를 기리고 있다. 건국절은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고 단절시키는 것이다. 일본보다 더 심각한 역사왜곡이 아닐 수 없다.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민주국가 성공적 건국으로 번영의 길 연 것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 |
유구한 5000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은 다양한 민족국가를 세웠다. 그때마다 나름의 건국 신화를 중심으로 건국이념을 밝혀왔다. 그러나 국민 전체에게 자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에 기초한 근대국가는 60년 전 1948년 8월 15일 비로소 대한민국을 국호로 건국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신생독립국에는 두 가지 건국의 길이 존재했다. 하나는 소련 공산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 국가의 길, 다른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 길이었다. 돌이켜보면, 해방 직후 치열한 좌우갈등 속에서 대부분의 혈기 넘치는 지식인들이 좌익사상에 물들었던 그 시절에 당시 미국보다도 더 진보적인 헌법을 제정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공산주의든 자유주의든 통일이 우선이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소련의 패망을 통해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순진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해방을 통한 광복의 순전한 의미를 꽃피운 것은 대한민국의 건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으로부터 해방은 되었지만 휴전선 이북의 동포에게 광복은 요원한 것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북한 체제로부터의 해방과 자유가 절실한 과제이지 않은가. 2차 대전 직후 소련과 접해 있는 나라 중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국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또한 산업화와 민주화 둘 다 성공시킨 모범적인 사례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제 새로운 도약을 통해 선진국·일류국가로 발전해야 할 이때 건국의 의미를 되살려 8월15일을 대한민국 건국절로 기념하는 사업은 필요성을 더해 간다. 우리 국민에게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자유선진 통일한국의 비전을 심어주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
통일지향 않고 체제 안정형 철학 담은 의도
임종선 광복회 의전복지부장 |
광복의 사전적 의미는 ‘빛을 다시 회복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빛이란 주권을 뜻하는 상징어이다. 또 광복이라는 말 속에는 옛날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도 함축되어 있다. 이에 비해 건국이란 ‘나라를 세운다’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이미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정해졌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지 않은가.
1948년 정부수립은 국가 성립의 기본인 ‘국민, 영토, 주권’을 갖춘 의미로 정부 수립이지, 대한민국 정부 자체를 재창건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과 정부수립 당시 위정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일로 보자는 견해는 앞으로 통일된 조국의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향후 통일 지향보다는 체제를 안주시켜 통일국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광복절은 결코 건국일과 동일시할 수 없다. 광복절은 일제로부터 빼앗긴 주권을 회복한 날을 경축하는 국경일이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고 본받는 날이다. 이러한 날을 왜곡된 건국일과 동일시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60년이라는 짧은 신생독립국으로 깎아내리고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정신과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다. 굳이 건국일을 운운하자면 우리는 1919년 4월13일 임시정부 수립일이 바로 대한민국 건국일이 돼야 한다.
임종선 광복회 의전복지부장
정리=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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