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 상품 ‘키코’ 피해 눈덩이

중소기업 손실액, 은행상대 소송 접수때보다 3배 급증

미국발 금융 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키코 피해로 인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업체 132개사의 손실액은 접수 당시 환율인 1000원을 기준으로 322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발 신용 경색에 대한 우려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1100원을 기준으로 손실액을 다시 환산하면 그 액수가 9466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환율이 오를수록 피해액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키코 상품이 일정 범위를 웃돌 경우(녹인:knock in)에 계약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달러를 시장가보다 낮은 계약환율로 은행에 넘겨줘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계약환율 950원에 풋옵션 200만달러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환율이 1000원으로 오르면 달러당 50원의 평가손을 보며 약 1억원을 물어야 하지만, 환율이 1100원으로 상승하면 달러당 150원씩 약 3억원의 손실을 져야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이 발생해 키코 손실이 상쇄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수출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원자재를 해외에서 구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원자재가격이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환차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우량한 수출 기업이라는 점이다. 최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의 부품 제조업체인 태산엘시디의 경우 삼성전자의 주요 납품업체로 연간 매출액이 6000억원대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하동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