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 부실 심각… 건설업체들 부도 급증 지난주 한미 통화 스와프협정 체결로 외환위기 우려는 잠잠해졌지만, 국내 금융과 실물경제의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 경제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폭탄’이 터질 것이란 공포감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의 잇단 부도는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연말까지 은행채와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어 자금시장의 흐름도 안심하기 힘들다.
2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증권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은행채와 회사채는 21조원으로 집계됐다. 내년 은행채와 회사채의 만기 규모도 각각 83조원, 23조5000억원에 달해 연말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상환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원금 분할 상환이 시작되는 주택담보대출의 규모가 올해 17조4000억원에서 내년 33조5000억원, 2010년 24조8000억원으로 크게 늘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취급한 PF 금융의 부실 우려도 실물경제 회복에 장애로 작용할 조짐이다. PF는 금융회사가 사업주의 신용이나 담보물의 가치보다는 사업 자체의 경제성을 믿고 돈을 빌려 주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대출을 회수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은행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0.64%로 나은 편이지만 저축은행은 14.3%에 달한다.
금융권의 PF 금융 규모는 6월 말 기준 97조1000억원이며, 이 중 대출이 78조9000억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15조3000억원이다. 2004년부터 PF 금융이 급증했고 건설업체의 PF 사업기간이 길어야 5년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부터 만기가 속속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PF 부실의 불씨를 제공한 건설업계는 주택 미분양 사태 등의 직격탄을 맞아 거의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중견 건설업체인 신성건설이 가까스로 부도위기를 넘긴 뒤 부도 공포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이미 올 1월부터 9월까지 부도 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는 총 251개에 이른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6% 급증한 수치다. 중소 건설업체의 은행 대출 연체율도 작년 말 1.46%에서 올 6월 말 2.26%로 뛰었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여력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시공능력 20위권의 대형 건설사가 발행하는 회사채가 시장에서 20%대의 금리에 거래되고 있고, 만기 2년4개월 남은 모 건설사(신용등급 BBB+)의 회사채는 지난달 29일 26%의 수익률로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신용평사회사의 건설사에 대한 평가도 덩달아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등 3곳 가운데 2곳에서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은 건설사는 24개사에 달한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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