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자기 업무와 관련해서 이해 당사자한테서 금품이나 향응 등을 받으면 수뢰 또는 뇌물죄가 적용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의 경우 직무 범위가 워낙 넓다. 명시적으로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 전반과 관련됐다고 판단되면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 경우 흔히 포괄적 뇌물죄라고 부른다. 대법원이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검찰이 적극 적용해 왔다.
대법원은 뇌물죄 관련 공무원의 직무 범위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지금 담당하는 직무가 아니라도 법령상 공무원이 공무로 맡을 수 있는 직무 일체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교통과 소속 경찰관이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도박장 개설을 눈감아 주고 돈을 받았더라도 뇌물죄가 성립된다.
특히 대통령은 국정수행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한 청탁이나 명백한 대가성 없이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았더라도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대통령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과 상관 없다. 대법원 판례는 성금 같은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 수수도 포괄적 직무행위 대가인 경우 뇌물로 인정했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돈을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무이자로 빌린 경우도 금융상 이익으로 간주돼 뇌물로 인정된다. 공무원이 개인적 친분 관계에 있는 사람한테서 사교 명분이나 인사치레로 금품을 받았더라도 직무와 연관돼 있다면 뇌물로 처벌된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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