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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도 피카소를 거부할 수 없어요. 저도 여섯 달이나 저항해봤죠. 고작 17살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피카소에게 몸을 던지는 백명, 천명이 넘는 여자들 중에서 그는 나를 선택했어요.”
“난 아이들을 데리고 그를 떠났죠. 그가 층계에서 ‘Fuck you’하고 소리쳤죠. 그렇지만 그도 내가 자기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존경하는 것 같았죠. 피카소는 그림을 그릴 때 그는 다른 사람들의 피로 그리죠.”
피카소의 인생이나 그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심지어 피카소는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네명의 여성들만 목소리를 높인다. 천재 화가 피카소의 여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피카소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이 한국 초연인 연극 ‘피카소의 여인들’(신시뮤지컬컴퍼니)은 브라이언 맥아베라의 희곡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 7월 런던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유럽각국에서 호평을 받으며 공연되어 왔다.
피카소가 사랑했던 여성은 여덟 명. 그중에서도 애증관계로 얽혀있었던 네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러시아인으로 발레리나이자 피카소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올가(서이숙 분)와 피카소의 가장 어린 연인이자 딸 마야를 둔 마리떼라즈(이태린 분), 예술가이자 유일하게 피카소를 스스로 떠난 프랑소와즈(배해선 분), 피카소의 두 번째 부인으로 그가 사망할 때까지 함께 살았던 재클린(김성녀 분) 등 네 명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천재 예술가의 여자로서 살아가는 동안 겪었던 희열과 고통, 배반과 복수에 대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피카소를 갈기갈기 찢는 여인들의 한(恨)은 정열적이지만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각각 20~30분씩 모놀로그 형식의 독무대에서 피카소와의 사랑과 삶에 대해 진실 되고 거침없는 사연을 털어놓으며 왜곡되었던 자신들의 삶의 본질을 당당히 찾아 나선다.
‘맘마미아!’, ‘댄싱 섀도우’ 등으로 친숙한 폴 게링턴이 2000년 런던 초연의 연출을 맡은데 이어 이번 한국 공연에 참여하며 김성녀, 서이숙, 배해선과 신예 이태린이 피카소의 네명의 여인들로 낙점됐다.
한편, 연극 ‘피카소의 여인들’은 2009 서울연극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이달 16일부터 열흘 간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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