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사회부 기자 |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조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을 거론하며 “평생 그런 사람은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대통령의 마음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국무위원들도 이런 일에 부모의 마음으로 한번쯤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딸 가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건 올바른 상황 판단이다. 장관들을 상대로 ‘부모의 마음’을 주문한 것 또한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줬을 게 분명하다. 문득 지난해 3월의 일이 떠오른다. 경기도 일산에서 터진 초등학생 유괴 미수사건으로 민심이 흉흉할 때 이 대통령은 관례를 깨고 수사본부가 차려진 일산경찰서를 몸소 방문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경찰 간부의 보고를 받은 뒤 신속한 수사를 지시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은 믿음직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대통령이 경찰서를 찾은지 얼마 안돼 범인이 붙잡혔다. 곧 이어 치러진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야당을 누르고 압승했다. 치안 일선을 ‘깜짝’ 순시한 이 대통령의 파격 행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법무부는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런 유형의 사건을 저지른 범인을 엄벌하고, 다시는 ‘나영이’와 같은 피해자가 안 생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취임식 당일 “조씨를 가석방하지 않고, 전자발찌 부착명령도 철저히 집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그런 ‘공자님 말씀’ 같은 대응만으론 안 된다. 어린 딸을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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