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해외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건설사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주한 공사금액은 총 150억달러로, 이 가운데 두바이 수주액은 3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더라도 국내 건설사들이 맡고 있는 두바이 공사 물량을 감안하면 충격파는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동 주력시장을 아부다비로 바꾸는 등 일찌감치 시장 상황을 간판한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아부다비는 부동산개발 위주인 두바이와 달리 석유화학 플랜트와 비료 플랜트, 토목공사 등 발주처가 안정적인 공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당시 크게 작용했다.
이런 판단 덕에 국내 건설사들은 현재 아부다비에서 오히려 중동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건설사들은 106억 달러 규모의 아부다비 루와이스 정유공장 1∼5번 패키지를 최근 싹쓸이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국 중동팀장은 “공사 입찰에서 계약까지 통상 수개월에서 1년쯤 걸리는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두바이 공사물량이 적었다는 것은 지난해부터 두바이 공사 참여를 줄였다는 의미”라며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두바이 리스크를 감안해 ‘마구잡이 공사’를 따내지 않고 수주 활동을 자제하는 대신 주변국가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위험관리를 한 효과가 올해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건설사 가운데 두바이월드 부동산개발 자회사인 나킬(Nakheel) 발주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업체는 ‘팜 제벨알리 교량공사’를 진행 중인 삼성물산이 유일하지만, 역시 큰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팜 제벨알리 교량공사는 총 사업비가 3억5000만달러 규모로, 50% 정도 진척된 상태에서 이달 초 대금 미납 문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인데, 삼성물산은 이 사업에서 이미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물산이 두바이에 짓는 세계 최고층빌딩인 ‘버즈 두바이’는 두바이월드와는 관계가 없는 공사다.
다만 삼성물산은 올해 초 나킬이 발주한 10억8000만달러 규모의 두바이 ‘팜 주메이라 빌리지센터’ 프로젝트에 참여해 큰 피해를 볼 뻔했으나 당시 나킬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공사가 취소된 바 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