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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이웃집 좀비', 유쾌한 감독들의 기이한 영화 만들기

입력 : 2010-03-01 11:50:21 수정 : 2010-03-01 11: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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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훈, 오영두, 장윤정, 홍영근 감독

 


[세계닷컴] 인터뷰를 하러 가기 위한 여정은 꽤 힘들었다. 언덕길을 올라 가파른 계단을 지나 다시 또 더 가파른 계단에 올라갔다. 그리고 나타난 옥탑방 사무실. 거기에 세 명의 남자 감독이 인터뷰를 위한 것이 아닌 평소 생활 옷차림(?)을 한 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영화를 본 직후 느꼈던 "어떤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점은 그냥 한순간에 사라졌다. 딱 그럴만한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일한 여성감독은 다른 약속으로 인해 약간 늦게 사무실에 왔다)

'호러라 하기엔 몹시 인간적인 좀 별난 B무비'를 표방한 영화 '이웃집 좀비'의 경우에는 감독'들'은 한마디로 별나다. 오영두, 장윤정, 류훈, 홍영근 이렇게 네 감독의 개성은 따로 집어내지 않아도 될 만큼 독특했다. 그러다보니 인터뷰도 별나게 시작했다. 인터뷰의 시작은 걸그룹 이야기였다. 이날 당사에 소녀시대 멤버들이 인사를 하러 온다는 말을 건네자마자, 세 명의 남자 감독들은 서로 좋아하는 멤버들을 거론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특히 류 감독의 태연과 윤아 사랑(?)은 기자로 하여금 따로 기사화할 정도로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약 30여 분이 지난 직후 오 감독이 한마디 건넸다.

"이제 우리 영화 이야기 해야하는 거 아냐?".

그러나 조금 늦게 도착한 장윤정 감독과 옥탑방에 대해 이야기하자 '금호동 재건축 현황'이 다시 거론되었다. 그렇게 20분이 또 지났고, 이번에는 류 감독이 한마디 또 던졌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 해야하지?"

영화 '이웃집 좀비'는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여섯 테마로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다소 쿨한 느낌을 주는 오영두 감독는 관객들을 초반부터 기가 질리게 만드는 '틈사이'와 웃음을 유발케 하는 '도망가자'를, 휴머니스트이며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 류훈 감독은 '이웃집 좀비'에서 유일한 블록버스터(?) 액션이 들어가 있는 '백신의 시대'를, 여성스러움을 보일 수 있는 홍일점 장윤정 감독은 '그 이후…미안해요'를, 잔인한 느낌의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홍영근 감독은 '뼈를 깎는 사랑'과 '폐인 킬러'를 맡아 관객들에게 희한한 세상을 선보였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류훈, 오영두, 장윤정, 홍영근 감독

영화가 만들어진 계기는 간단했다. 영화 '카라'에서 만나 부부가 된 오영두-장윤정 감독의 주거공간이기도 하며 동시에 영화 촬영 장소이기도 한 금호동 다세대 주택 옥탑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말이 툭 던져졌고, 각각 시나리오를 써온 것 중 홍 감독이 '좀비' 이야기를 큰 주제로 삼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영화를 찍어보자라고 했는데, 그때 '틈사이' 아이디어가 나왔고, 영근이가 제시한 좀비 이야기가 좋다는 의견이 모아져서 좀비 테마로 가게 됐죠. 우리 나라에서는 한번도 좀비 영화가 없었으니까, 제대로 된 본격적인 좀비 영화를 찍은거죠. 사실 기존에 나온 주제로 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서는 '똑같이 찍으려면 왜 또 찍냐'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가 보고 싶고, 이때까지 없었던 이야기를 찍고 싶었던 것이죠" (오영두)

"또 우리가 한 공간에서 찍으려고 하다보니 좀비 테마가 적당했죠. 사람들이 외부로 나갈 수 없어야 하고, 실내 공간에서 밖에 찍을 수 없으며 윤정 씨가 특수 분장을 할 수 박에 없는 것을 장점회 시킨 과정에서 좀비가 선택된 것이죠" (류훈)

"공간 제약이 있을 때 영화를 찍게 되면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고민해야 된다고 봐요. 관계성의 이야기가 주된 테마가 되는건데, 이게 좀더 좁은 공간으로 오고 좀비라는 것에 대해 공포라는 것이 오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거죠. 좀비를 우리의 연인, 가족으로 간다면 좁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고도 독특한 좀비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오영두)

이들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들의 주거지이자 사무실이자 인터뷰를 한 그 장소가 바로 영화를 찍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남자 네 명과 여자 한 명이 자리하면 비좁을 정도의 장소와 좁은 주방, 그리고 또 좁은 침대방으로 구성된 그 공간에서 여섯 테마의 옴니버스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영화를 본 이들이 만일 그 공간을 방문한다면 입이 딱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감독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 기자는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거실에서 찍어야 했다. 그리고 인터뷰 사진의 배경이 비슷한 이유는 공간의 제약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이웃집 좀비'의 영화적 '질'가 수십 억이 투자된 거대 상업영화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작비가 겨우 2000만원 밖에 투입되지 않았을 뿐더러, '백신의 시대'가 거의 유일한 외부 로케이션(?)일 정도로 대부분 옥탑 사무실에 찍은 '이웃집 좀비'가 높은 수준을 선보일 수 있을까. 이는 이들 제작사의 독특한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장 감독은 '은행나무 침대''비밀''번지점프를 하다' 등에서 특수분장사로 이름을 날렸고, 오 감독은 '카라''천일동안'에서 연출부로, '두사부일체''달마야 서울 가자'에서 미술팀에서, '황진이'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류 감독은 단편 '오몽'을 연출했고, '노르웨이 숲'에서 현장 편집을 담당했다. 이들 셋이 만난 것은 '텔미썸딩'에서 분장팀, 연출부, 제작부 소속 스태프로 활동하면서다. 여기에 연기가 전공인 홍 감독이 합류했다. 한마디로 시나리오부터 연출, 분장, 편집, 연기, 조명 등등을 네 명이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2007년 저예산 독립영화 창작집단인 '키노망고스틴'이 만들어졌고 '이웃집 좀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상업영화 판에서 활동하던 이들이라 보기에는 낯선 풍경이었다.

"이것이 독립영화라 하기도 그렇다. 우리들 모두가 상업영화 판에서 영화를 배웠고 공부했어요. 단지 저예산으로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퀄리티에서는 상업영화에 떨어지지 않는 셈이죠. 한 15년 정도 영화 제작 현장에 있었는데 막상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놀란 것은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구나라는 것이죠" (오영두)

그러나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네 명의 감독들에게 '열정'만으로 달랑 '2000만원'들고 제작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출연하는 배우들은 어땠을까 싶다. 출연료는 고사하고 도리어 배우들의 주머니가 털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감독들을 제외하고도 무려 출연 배우가 14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개런티는 없고 거의 차비만 줬어요. 그리고 영화 찍는 내내 많이 먹고 많이 마셨다. 대신 각각 배우들에게 2%씩 지분을 가졌어요. 저희 배우들이 가난한 배우들이 많아요. 아르바이트하는 배우들도 있어요. 그래서 꼭 영화가 성공해야 해요" (장윤정)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다시 오 감독이 한마디 던졌다. "그런데 우리 영화 이야기했었나요?". 할 이야기를 다 하면서도 그것이 인터뷰용이 아닌 자신들이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과 생활임이 느껴졌을 때 이들 감독 네 명이 이후에 만들 영화가 다시 궁금해졌다.

한편, 일본에 170만엔 (한화 약 2200만원)으로 선판매되며 이미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수익을 거둬들인 '이웃집 좀비'는 CGV 강변·롯데시네마 건대입구·시네마 상상마당·중앙시네마·아리랑시네센터·씨네시티(이상 서울) CGV 인천·롯데시네마 라페스타·씨너스 이채·롯데시네마 부평(이상 경기) 대전 아트시네마, 롯데시네마 센텀시티·국도&가람 예술관·아트시어터 씨앤씨·CGV 서면(이상 부산) 등에서 상영된다.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허정민 기자 ok_hj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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