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주지스님인 법정스님의 상좌 덕현스님은 15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 경내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유언에 따라 법정스님의 저작들을 곧 절판할 것"이라며 "스님께서는 당신의 사후에 저작권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얽힐 것을 우려해 저서의 절판을 유언하신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법정스님은 입적하기 전날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덕현스님은 "법정스님이 책을 쓰셨던 목적은 관념적이거나 난해한 불교의 진리를 쉽게 전달하려는 것"이라며 사재기 등의 현상을 우려한 듯 "스님의 가르침을 생각한다면 그분의 말씀을 이해관계나 계산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덕현스님은 법정스님이 남긴 것으로 알려진 유서는 '길상사를 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문도들은 모두 화합하고 도우라'는 취지의 짧은 당부였으며, 유산이나 저작권 등의 내용은 일절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유서에 문도들에 대한 당부 이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어 따로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덕현스님에 따르면 이 유서는 법정스님이 제주도에서 요양하다 건강이 악화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던 길에 자신이 입적할 것을 예견하고 남긴 것이다. 당시 이미 팔이 저려와 짧게 요지만 썼다는 것이다.
덕현스님은 법정스님의 기부활동에 대해 "스님은 늘 주는이와 받는이, 주고받은 물건을 모두 잊어버리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실천해오신 분"이라며 "저를 비롯한 상좌들이 알고 있는 것만 해도 많지만 스님의 뜻을 받들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법정스님의 유골은 가장 오래 머물렀던 송광사 불일암과 강원도 오두막에 산골할 예정이며, 시기는 49재 이후가 좋겠다는 어른스님들의 의견이 있어 이를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덕현스님은 담담한 모습이었지만 오래 모셔온 스승인 법정스님을 보낸 심정을 묻자 "스님을 잘 보내드리려고 노력했지만 다비식 할 때는 눈물이 솟는 것을 참을 수 없었고, 돌아오는 길은 방향타가 없는 배처럼 허전했다"며 쓸쓸하고 슬픈 심정을 내비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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