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 유언에 길상사와 고민중 지난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이 이달 말 출간할 예정이었던 책 2권의 서문이 15일 공개됐다. 출판사 문학의숲 측은 “법정 스님이 부처의 전기인 ‘불타 석가모니’와 보조국사 지눌이 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인 ‘수심결’ 등 2권을 번역 출간하기 위해 마지막 원고 교정을 마쳤으며, 이달 말 출간할 계획이었다”면서 “스님이 작성한 이 책의 서문은 스님이 생전에 남긴 마지막 글인 셈”이라고 밝혔다.
서문들에는 출가 수행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키려 애썼던 법정 스님의 평소 마음가짐이 잘 담겨 있다.
일본 불교학자 와타나베 쇼코가 쓴 ‘불타 석가모니’ 서문에서 스님은 “나 자신 부처님 제자로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제1계로서 살생금지를 받들며 살아왔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계율을 몰랐다면 얼마나 많은 허물을 지었겠는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거듭 형성되고 재결속될 수 있다”고 썼다.
또 ‘수심결’ 서문을 통해서는 “보조 스님의 ‘수심결’은 불교 수행자들만이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지침서”라고 소개하면서 “인간의 업이란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한번 깨달았다고 해서 수백 생의 습이 사라지지 않는다. 깨달음은 수행으로 완성된다. 역대 조사와 선지식들은 한결같이 깨달음과 함께 끝없는 수행으로 그 모범을 보인 까닭이 거기에 있다”고 쓰고 있다.
이 책 2권은 편집 작업과 삽화까지 완성된 상태. 하지만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기를 부탁한다”는 법정 스님의 유지를 놓고 출판사와 길상사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문학의숲 고세규 대표는 “이미 출간한 5권과 현재 진행 중인 2권 모두에 대해 법정 스님과 10년 저작권 계약서를 썼다”면서 “스님이 남기신 말씀이 확인되는 대로 2권의 출간작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길상사 측은 “스님께서는 당신의 사후에 저작권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얽힐 것을 우려해 저서의 절판을 유언하신 것으로 짐작된다”면서 조만간 출판물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1일 길상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법정 스님의 추모 법회는 취소됐다. “추모법회조차 스님의 뜻에 맞지 않는 것임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는 게 길상사 측의 설명이다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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