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은 30일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의 학습량을 종전보다 43% 정도 증가시켰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이 31일 보도했다.
이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고 학생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2002년부터 도입된 ‘유토리 교육’이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심각한 학력저하와 공교육 후퇴를 초래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교육계와 언론 일각에서는 이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본 초등학교들은 유토리 교육 도입 후 각 과목의 수업내용을 30% 줄였다. 수학의 경우 대표적으로 소수점 이하 계산법은 다루지 않기로 하고 원주율 3.14를 3으로 가르쳤으며, 정육면체나 사다리꼴, 마름모 등의 면적계산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과학에서도 복잡한 수식이나 실험, 관찰이 요구되는 내용은 피했으며, 일본어 교육에서도 어려운 고사성어나 주요 한자들을 뺐다.
이 때문에 심각한 학력저하가 초래됐다. 200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교생 ‘국제학습성취도조사(PISA)’에서 수학부문 1위였지만 2006년도 같은 조사에서는 10위로 추락했다.
이에 경각심을 느낀 문부성은 이번 초등교과서 검정을 통해 전교과의 평균 페이지수를 6년분 합계 6079페이지로 유토리 교과서에 비해 42.8%(1821페이지) 늘려 학습량과 목표를 다른 선진국에 맞춰 상향 조정했다.
수업시간도 유토리 이전으로 복원될 전망이다. 유토리 교육에서는 수업시간을 10% 줄여 학생들이 창의적 활동이나 여가에 선용토록 했다. 실제로 2003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OECD 국가의 연평균 수업시간(804시간)과 비교해도 99시간이나 적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교과서 학습량이 증가함에 따라 일선 초등학교들이 자연스레 수업시간을 늘려나갈 것으로 문부성은 기대하고 있다.
문부성은 유토리 교육이 중단되더라도 종전의 주입식 교육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실험과 체험실습을 통해 학생 스스로 사고하고 체험하는 교육을 대폭 강화해 보완해나갈 방침이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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