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틴 숲 사건이란 1940년 소련이 독일과 비밀협정을 맺고 폴란드를 침공했을 당시 소련의 비밀경찰이 폴란드 장교와 교수, 의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 2만2000명을 러시아 스몰렌스크 근교의 카틴 숲에서 학살한 사건을 뜻한다. 이 사건은 스탈린이 “폴란드가 독립국으로 일어설 수 없도록 엘리트의 씨를 말리라”고 명령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틴 숲 사건은 발생 이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지만 1943년 독일 나치가 이 지역에서 4000여구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독일은 연합군에 가담한 소련을 분열시키기 위해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했고, 이에 소련 측은 “1941년 독일이 자행한 학살사건”이라며 반박했다. 이후 독일 측의 조사로 이 사건의 배후가 소련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폴란드가 소련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카틴 숲 사건은 40여년간 언급 자체가 금기시됐다.
1990년 4월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카틴 사건에 소련이 개입했음을 인정했지만 국가적으로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이 입장은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4년 러시아 정부는 카틴 숲 사건 관련 기록을 폴란드에 제공하겠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라 관련자 처벌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기록 공개도 문건 183건 가운데 67건만을 폴란드 정부에 제공하겠다고 밝혔을 뿐 116건은 기밀을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카틴 숲 학살 사건 70주년 추모식에 지난 7일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초청했으나, 러시아에 비판적인 카친스키 대통령은 초대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추모식은 취소됐다.
조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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