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선 완등 한국·카자흐뿐… 日은 한명도 없어
탄탄한 저변·지형적 여건·활발한 지원 주효 ‘철의 여인’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이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를 모두 오르면서 ‘등반 강국’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오 대장의 14좌 완등은 엄홍길 대장이 아시아인으로 처음이자 세계에서 8번째로 2000년 7월 K2에 오르면서 14좌를 완등한 것을 시작으로 불과 10년 만에 이룬 ‘역사’다. 한국은 엄 대장에 이어 2001년 7월 박영석 대장이 세계에서 9번째, 2003년 7월 한왕용 대장이 11번째로 14좌에 모두 올랐다.
오 대장이 이같이 남녀를 통틀어 20번째 14좌 완등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은 ‘슈퍼 20클럽’에 4명(20%)의 완등자를 낸 나라가 됐다.
이탈리아는 라인홀트 메스너가 1986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오르는 등 모두 3명의 산악인이 완등했고 폴란드와 스페인도 2명씩 완등자를 보유하고 있다.
14좌 완등자를 낸 국가는 현재 13개 나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카자흐스탄(1명)만이 완등자의 명단을 가지고 있다. 우리보다 고산 등반 역사가 긴 일본이 단 한 명의 완등자를 내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과다. 특히 8년3개월 만에 14좌를 오른 박영석 대장은 최단기간 완등 기록도 갖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는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같은 뛰어난 선구적 산악인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한국이 비록 고산 등반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짧은 기간에 등반 강국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등반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무엇보다 한국인 특유의 도전정신과 탄탄한 등산 저변, 산악을 포함하고 있는 지형적인 여건, 활발한 지원 등이 바탕이 됐다고 강조한다.
실제 등산 인구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웰빙 바람 등을 타고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민 3명 가운데 1명이 등산을 즐길 정도다. 이같이 등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히말라야, 알프스 등 고산 등반에 나서는 산악인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히말라야 14좌 중 3좌를 오른 한국등산연구소 남선우(55) 소장은 “한 해 평균 고산 등반에 나서는 10명 이내의 팀이 20∼30팀에 이르고 있다”며 “특히 한국팀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외국팀에 비해 조직력과 협동심이 뛰어나 상당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업체 및 단체, 지자체 등의 지원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고산 등반은 막대한 돈이 들어가 히말라야의 경우 네팔 정부에 내는 입산료를 포함해 셰르파와 짐꾼을 고용하는 비용 등을 포함해 1억∼2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오 대장도 초창기 등반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스파게티집을 운영하거나 학습지 교사로 고생했다. 그러다가 2008년 2월 등산업체 블랙야크를 스폰서로 두면서 등반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등산 저변 확대와 더불어 관련 용품 및 장비 업체가 급성장하면서 한국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등산 브랜드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문준식 기자 mj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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