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전분야 고강도 개혁 예고… 북한=주적 개념 부활도 시사
“50㎞ 거리 호전적 세력 장사정포 잊고 살아” 이명박 대통령이 안보 리더십 확보에 본격 나섰다. ‘천안함 정국’은 국가안보태세의 시험대다. 위기 극복을 위해선 군과 국민의 총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4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군 쇄신과 안보의식 강화를 주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천안함 정국의 관건인 향후 대응을 앞두고 내부를 정비하고 결속을 다지려는 게 이날 메시지의 포인트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군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 방침을 예고하자 참석한 각군 주요 지휘관들이 긴장감 속에 이 대통령의 말을 받아적거나 경청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이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군의 보고 지연에 대해 “최적접(最敵接) 지역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보고가 늦어진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엄중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또 “세계 유일의 적대 분단 상황에 있다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우리 군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비태세 점검, 비상한 개혁과 쇄신, 육해공군의 합동성 강화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군도 예외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작전도, 무기도, 군대 조직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대통령은 군은 물론 국민의 안보의식 이완도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라는 표현을 전혀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단순 사고가 아니다”, “중대한 국제문제다”라며 ‘북한 소행’을 곳곳에서 강하게 암시했다. 특히 “국민들도 불과 50㎞ 거리에 가장 호전적인 세력의 장사정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국민에게 대북 경계심과 대응 각오를 높이려는 ‘신중한’ 의도가 읽힌다. 주적 개념 부활도 염두에 둔 듯한 뉘앙스다.
이 대통령이 안보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게 이날 연설의 또 다른 의미다.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 구성, 대통령실 내 안보특보 신설과 외교안보수석실 산하 국가위기상황센터의 위기관리센터로의 확대 등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 대통령은 “군의 불신,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을 감싸기도 했다. 회의 말미에는 “나는 우리 군을 믿는다”고 격려했다.
허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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