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단계 작전계획..이명박 대통령 작전승인
해적 13명과 선원 21명이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군사작전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군은 6단계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한민구 합참의장은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작전 승인을 건의했고 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해 20일 오후 5시12분 대통령의 정식 승인을 받아 이뤄졌다.
작전은 새벽 여명이 밝아 오는 오전4시58분(한국시간 9시58분)에 개시됐다. '아덴만 여명작전'이란 작전명대로 해적들이 잠에 취해 있을 시간대를 작전 개시 타이밍으로 정한 것이다.
이성호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중장)은 "링스헬기가 출동하고 고속단정 3척이 기동해서 기습적으로 선박을 장악했다. 작전은 총 6단계로 진행됐다"면서 "1단계로 신속한 기동과 해적을 위협하는 사격을 통해 해적의 주위를 분산시켰으며 은밀 작전으로 해적이 알지 못하도록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해적들의 시선을 분산하기 위해 최영함(4천500t급)의 5인치 함포가 먼저 불을 뿜었다. '꽝~꽝' 수발의 함포 소리에 놀란 해적들은 잠에서 깬 채 우왕좌왕했고 이 틈을 노리고 링스헬기가 출동했다.
링스헬기 또한 해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K-6 기관총 수백 발을 선교 등으로 발사했다. UDT 작전팀의 안전한 승선을 위해 선교에 있던 해적들을 선실내로 몰아넣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링스헬기에 탑승한 저격수가 저격용 소총으로 선교에 있던 해적 1명을 조준 사살하자 해적 5~6명은 혼비백산하며 선실로 내달렸다.
링스헬기에서는 우리 말로 "지금 진입 작전이 시작됐다. 선원들은 전부 바닥에 엎드려라"고 경고방송을 여러 차례했다. 우리 말을 알아듣지 못한 해적들을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저격용 소총 등으로 무장한 2개 UDT 작전팀 20여명이 선교를 장악하고 이어 선교 하단으로 진입해 격실과 기관실 등 57개 격실을 차례로 장악해 나갔다. 장악된 격실에는 빨간색 스프레이로 '×'표시를 하면서 진행했다.
AK 소총과 기관총, RPG-7(휴대용 로켓)으로 무장한 해적들은 저항하다가 사살되거나 투항해 생포됐다. 작전 끝 무렵에 해적 4명이 AK 소총을 발사하며 끝까지 저항하면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해적 2명은 죽고 2명은 생포됐다.
작전 종료 결과 해적 13명 가운데 8명은 사살되고 5명은 생포했다. 생포된 해적들의 처리 문제는 관련국과 협의키로 했다. 우리 군의 피해는 없었다. 선원 20명은 안전하게 구출됐지만 선장 석모(58) 씨가 부상했다. 성공적인 작전을 펼친 것이다.
당시 조타실에 있던 선장은 해적의 위협을 받으면서 배를 움직이고 있었으며 작전팀과 해적이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해적의 총격으로 복부에 부상했다. 선장은 미군 헬기로 후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UDT 작전팀 전원은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헬멧을 착용하고 작전에 투입됐다.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은 국방부 청사 지하에 있는 군사지휘본부로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작전팀이 바라보는 물체와 현장 상황이 그대로 전달되어 합참 주요 관계자들도 앉아서 작전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데는 선장 석 씨의 도움도 컸다고 합참은 전했다.
해적들은 배를 납치해 빨리 소말리아 연안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선장이 기지를 발휘해 선박을 지그재그로 기동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선장은 국제상선공통망으로 작전에 필요한 상황을 계속 전달했다.
특히 청해부대는 소말리아항으로부터 해적의 모선이 합류하기 위해 출항한다는 첩보를 미군으로부터 제공받았으며, 해적들이 추가 합류하면 작전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날 작전을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성호 중장은 "삼호주얼리호는 1만1천t급 화학운반선으로 격실이 57개가 있어 한 곳씩 검색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해적을 공멸하고 선원 안전 확보한 것은 대략 3시간 만에 모두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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