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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의 자정을 기대한 건 애초부터 무리였을까.

토렌트 P2P 방식의 무분별한 파일공유에 따른 ‘인격살인’ 문제를 제기한 ‘사생활 동영상 유출에 삶 산산조각… 호소할 곳도 없었다’는 18일자 본지 기사에 대한 네티즌 반응은 한마디로 잔인했다.

인권이 무참히 짓밟힌 한 여성에게 네티즌들은 온갖 비난과 조롱을 쏟아냈다. ‘둘이 좋아 찍어놓고 왜 후회하느냐’, ‘찍었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지가 간수 못 해놓고 토렌트에 덮어씌운다’ 등등.

어떤 네티즌은 ‘공유자들 삥뜯지 말고 일본 AV가 돼라’며 범죄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는 것조차 비난했다.

경찰과 언론을 비난하는 댓글도 올려졌다. ‘경찰이 토렌트 토벌에 나섰다’, ‘저작권협회에서 돈을 받고 쓴 기사다’,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떡밥이다’란 댓글이 그것이다.

물론 ‘무분별한 파일공유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하는 기사’라는 자성의 댓글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목소리는 금세 악플(악의적인 댓글) 속에 묻혀 버렸다. 익명성의 힘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댓글 1000여건, 네이버의 200여건 상당수가 그랬다.

도둑맞은 게 제 물건 간수를 제대로 못한 탓일까. 아니다.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채 지엽적인 문제로 피해 여성을 다그치는 건 성폭력 피해자에게 “왜 노출성 옷을 입었으냐”고 다그치는 격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피해 여성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느냐고. A씨는 몇 차례 죽음의 문턱까지도 갔다 왔다. “마지막 순간에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했더라면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것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자기 말고도 사생활 노출 피해를 겪은 수많은 사례를 목격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인격이 있다면 피해자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지는 못할망정 아물어 가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 장난 삼아 올린 악플에 피해자는 두 번 상처를 받는다. 이번 기사가 무분별한 파일공유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조현일 특별기획취재팀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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