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재는 이날 오후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 인사를 한 뒤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총재는 "현재 조사되고 있는 사건은 30년간 지속해 온 K리그는 물론 한국축구의 근간을 흔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한다"면서 "한국프로축구의 명예를 걸고 앞장서서 K리그 내부의 승부 조작 시도와 불법 베팅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 살을 깎는 듯한 아픔이 있더라도 축구의 기본정신을 저해하는 암적 존재는 도려내야 한다"면서 "어설픈 미봉책으로는 나머지 대부분의 정직한 선수들까지 매도하고 오염시키는 등 더 큰 화를 불러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및 대한축구협회와 협력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K리그의 승부조작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프로연맹은 K리그를 총괄하는 단체로서 관리 잘못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어떤 비판도 달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연맹과 각 구단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모든 비리가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가 결과가 나오면 관련자에게는 일벌백계의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정 총재는 그러나 리그 경기의 중단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잘 알고 있지만 어떤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보완책을 마련해 경기는 계속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설사 많은 사람이 관련됐더라도 관련자를 다 제거하고 축구팬들을 위해 경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의 상황이 아니고는 리그가 중단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승부조작의 주요 표적인 리그 컵대회의 존폐 논란에 대해서는 "예선부터 토너먼트로 치르거나 상위권 팀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충분히 경쟁력 있는 대회로 만들면 불법 승부조작이 끼어들 여지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정남 부총재와 안기헌 사무총장, 각 분과위원회(상벌·경기·심판) 위원장이 배석했다.
안 사무총장은 "몇몇 선수가 불법 베팅에 참여하고 있는데 과거보다는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선수들은 스포츠토토를 해서는 안 되지만 불법 사설 토토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설 토토는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해당된다고 들었다"며 "프로축구가 4개 프로스포츠 관계자 및 정부와 협력해 이를 근절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 사무총장은 '몇몇 구단이 승부조작 선수의 리스트를 공유하며 트레이드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위해 각 구단에 연락해봤는데 다들 부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정 총재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석자와 함께 다시 한번 사죄 인사를 하고 회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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