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적립금을 무한정 쌓아두지만 말고 일정 부분 등록금 인하에 사용해야한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적립금 전액을 등록금 지원에 쏟아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교협 우산 아래? =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정치권 중심 반값등록금 논의에 대학을 참여시켜야 하며, 국가 재정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대학들의 속사정을 반영해달라는 회원 대학의 목소리를 수렴한 것이다.
대교협은 지난 4일 고려대, 숙명여대, 연세대, 영남대, 이화여대, 한림대, 홍익대 등 7개 대학 총장들이 참여한 등록금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대교협은 이 TF를 통해 학생 장학금을 늘리고 기부금 모집 노력을 강화하는 방안, 기부금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과 함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대학적립금의 적극적 활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교협은 적립금의 50%에 육박하는 건축 적립금 비중을 다소 줄이는 대신 연구나 장학 적립금 비중을 늘리는 분위기를 확산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은 결국 개별대학이 해결해야 할 문제여서 회원대학의 목소리를 하나로 엮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대학들은 개별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대교협의 우산 아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서울지역 A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재정관련 설명회를 하거나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지만 당장 등록금 고지서에 등록금이 절반값으로 찍혀나오기를 바라는 학생ㆍ학부모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B대학 관계자는 "연간 국내 대학 등록금이 14조원인만큼 대학이 적립금 7조원을 몽땅 쏟아부으면 단숨에 반값등록금이 해결될 수도 있다는 식의 논리가 퍼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적립금을 한 번에 등록금 지원을 위해 사용하면 이듬해 이후 미래에 대한 투자비용은 어디서 조달하느냐"라고 항변했다.
◇대학별 적립금 규모, 등록금 의존율 천차만별 = 지난 2월 교과부가 공개한 사립대 적립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결산 기준으로 149개 4년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6조9천493억원에 달했다.
적립금 용도는 건축 적립금이 46%로 가장 많았고, 기타 적립금이 34.8%, 연구 적립금이 9.2%, 장학 적립금은 8.6%, 퇴직 적립금은 1.4% 순이었다.
이처럼 대학이 전체적으로 7조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놓고 해마다 수천억원을 추가하는 모양새지만 속사정은 천차만별이다.
누적적립금이 6천280억원에 달하는 이화여대를 비롯해 홍익대(4천857억원), 연세대(3천907억원), 수원대(2천575억원), 동덕여대(2천410억원), 고려대(2천305억원), 청주대(2천186억원), 숙명여대(1천884억원), 계명대(1천775억원), 인하대(1천342억원) 등 1천억원 이상 적립금을 보유한 대학이 상당수 있다.
하지만 적립금이 5억원 이하인 대학이 거의 100곳이나 되고 이 가운데 적립금이 한 푼도 없는 대학도 42곳에 달한다. 이들 대학은 전입금을 등록금으로 활용할 능력은 커녕, 등록금을 받아 간신히 연명하는 부실대학들인 경우가 많다.
서울의 C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학생수가 달라 같은 등록금을 받아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여력이 다르고, 재단의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립금 규모만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D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등록금 회계 중 일부가 적립금(기금)회계로 넘어간 것은 맞지만, 적립금 회계에서 등록금 회계로 넘어간 것은 그것의 두 배 이상"이라며 "사립대가 등록금을 몽땅 적립금으로 쌓아놓기만 한다고 몰아붙여 사립대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보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적립금을 안 쓴다고? 일부 대학 속앓이 =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학생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한 반발도 있다.
수도권 E대학은 "2010회계연도에 등록금회계에서 적립금회계로 전환된 금액이 180억여원이지만 이때 등록금 회계에는 등록금 수입외에 법인 수익사업 등에서 받은 수입 110억원 이상이 포함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순수 등록금 회계에서 기금회계로 전환된 적립률은 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학은 "수익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매년 100억원 이상을 등록금 회계에 전입시켜 교지를 매입하고 기숙사와 도서관, 체육관 등 교육환경개선에 사용하고 있다"며 "대학이 시설 등에 투자할 돈을 감가상각비 이외에는 쌓아놓지 말라는 것은 미래의 경쟁력을 갖춰야 할 대학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내 F대학은 "등록금으로 모은 적립금을 활용해 장학기금을 조성해도 일단은 적립금으로 잡히는 것이어서 통계수치만으로는 대학의 실질적인 노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적립금의 절대적인 규모보다는 학생 1인당 투자비용, 장학금 지급 비율 등을 집중 홍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G대학 관계자는 "적립금을 매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게 강제하는 것이 어렵다면 일정기간마다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당국이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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