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시민단체 인하 압박 거세
손학규 “내년부터 전면 실시”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일까. 대학생 반값 등록금을 앞세워 친서민 행보의 보폭을 넓히려 했던 한나라당의 스텝이 자꾸만 꼬여가고 있다. 당·정 간에 재정 확보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마당에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민주당의 등록금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의욕적으로 꾸린 당내 반값 등록금 태스크포스(TF)팀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반값 등록금 논의에 불을 지폈지만 뒷감당을 못한 채 주춤하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는 회심의 ‘반값 등록금’ 카드가 도리어 자충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기대 수준과 동조 여론을 한껏 키워놓고서는 정작 인하의 생색만 내는 수준에 그치면 엄청난 역풍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대학생 촛불집회 기세를 봐서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폭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 안 그러면 내년 선거는 끝장”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내년 전면 실시’를 들고 나오며 정부 여당을 더욱 강하게 옥죄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7일 이례적으로 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6월 국회 추경 편성을 통해 하반기에 일부 도입하고 내년 신학기부터는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득 1분위 계층에는 등록금 전액, 소득 2∼4분위 계층에는 50%, 소득 5분위는 30% 등 저소득층에 한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를 중산층 대학생도 혜택받도록 보완하면서 시행 시기도 내년으로 대폭 앞당기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손 대표가 전날 밤 대학생 집회에서 “일단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야유를 받자 이 문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용섭 대변인은 “등록금 대책까지 포함한 ‘보편적 복지 마스터플랜’을 내달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그러면 올 하반기 등록금에 적용할 수 없어 하루라도 빨리 발표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상훈·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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