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법인세율 낮춰주는…감세정책도 재추진 가능성 ‘물가 잡기’와 ‘내수 살리기’는 하반기 경제운용의 키워드다.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현으로 물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어서 진화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는 일도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내수가 활성화해야 서민이 살기 좋아진다”며 내수활성화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박 장관은 16일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내수 활성화는 자칫 물가 불안을 더 자극할 수 있다. 박 장관으로서는 물가안정을 도모하며 내수도 살려야 하는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대통령에게 내수활성화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하반기 경제운영 방향’을 보고할 예정이다. 그간 정부는 수출확대를 위해 대기업 지원에 적극적이었지만, 이번 경제운영 방향에 담길 내수활성화 방안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지원 정책으로 경제지표는 다소 나아졌지만 서민의 체감경기는 최악이라는 점을 정부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재화와 서비스 수출은 139조2163억원으로 가계의 민간소비 137조886억원을 뛰어넘었다. 수출이 민간소비보다 많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수출의 국내총생산(GDP) 비중도 52.2%로 절반을 넘었다.
정부는 각종 규제정책과 세제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달청 등 정부는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산하 기관에 ‘중소기업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를 이용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공공조달 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를 배제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러 여건상 단기간에 내수에 큰 활기를 불어넣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의 과실 분배에서 대기업 위주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개인은 소비를 늘릴 만큼 소득이 높지 않다. 내수의 중요 구성요소인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경제동향연구팀장은 “내수 진작에 시간이 걸려도 분배구조를 개선하고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는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혁·이귀전 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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