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는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총기·실탄 관리 등 근무기강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총기 난동이 벌어지기 전 총기·실탄 수납과정만 규정대로 이뤄졌다면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
잠겨 있어야 할 총기 보관함은 개방돼 있었고, 상황부사관은 자리를 비웠다. 탄통은 탄약고 안이 아니라 위에 놓여 있었고, 상황실 내 당직병은 김 상병이 탄통을 들고 나가는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탄통은 잠겨 있었지만 사건을 일으킨 김모 상병은 미리 열쇠를 빼냈다. 규정상 탄통 열쇠 2개는 2명이 따로 관리해야 하지만, 관행적으로 상근예비역 한 명이 조끼에 넣어 보관하다가 옷을 두고 퇴근하는 바람에 김 상병 손에 넘어갔다.
김 상병이 총기와 실탄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는 겹겹이었다. 근무자들이 수칙만 지켰다면 어느 단계에선가 참극으로 가는 ‘고리’를 끊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해당 부대 근무기강이 해이해져 있었다는 얘기다.
부대원들의 대응 태세도 아쉬움이 남는다. 군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 상병이 총기를 탈취해 4명을 사살하고 스스로 총기를 버린 뒤 자폭을 시도할 때까지 20∼30분 동안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권혁 이병이 몸으로 그를 생활관(내무반) 밖으로 밀어낸 게 유일하다. 부대원 30명 대부분은 지시에 따라 문을 걸어 잠그고 생활관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모자 정모 이병이 고가초소 근무자에게 김 상병의 총격을 경고했지만 당시 부대 내 유일한 무장병력이던 초병들은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적의 침투를 막겠다고 설치된 해병대 전방소초가 어떻게 부대원 한 명의 총기 난동에 속절없이 당했느냐”며 “북한군이 쳐들어와도 모두 숨어 있을 셈이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아울러 이번 사건 같은 비상시에 대비한 매뉴얼이 정비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병영문화 개선이 절실하다. 김 상병과 정 이병이 그동안 부대 내에서 구타와 가혹행위, 집단따돌림에 시달린 정황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신학도인 정 이병을 자원입대 수개월 만에 살인 모의에 가담하게 할 정도라면 해병대 병영문화가 곪을 대로 곪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김 상병처럼 문제가 있는 ‘관심사병’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리상담사(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와 고충상담관 제도를 재정비하고 관련 예산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군 심리상담사는 95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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