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말에 J씨는 내심 속이 뜨끔했다. J씨 역시 경기 김포에 자기 집이 있고, 오른 전셋값의 일부를 세입자에게 떠넘길 참이었기 때문이다. J씨는 고민끝에 자기 집 세입자에게 연락했고, 전셋값 애기를 꺼냈다. 당황스러운 건 세입자 반응이었다. 전셋값 인상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 그 세입자 역시 자기 집이 인천에 있고, 그곳 전셋값을 올려받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내 집을 두고 전세나 월세를 사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 잠실 아파트단지 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나붙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J씨의 사례처럼 곳곳에서 전셋값 연쇄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발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다단계사업처럼 누군가가 마지막 덤터기를 쓸 수밖에 없다보니 결국 피해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본인이 사는 집 전셋값 상승분이 자기 집 세입자로 전가되는 진앙은 서울 강남 3구로 꼽힌다. 이들 3구의 3.3㎡당 평균 전셋값은 1100만∼1200만원 선이다. 이곳 전셋값이 일단 오르면 그 여파가 ‘서울 외곽→서울 인접 수도권→수도권 외곽’ 등 수도권 전체로 번져 일종의 ‘노마드(유목민)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전세 가구의 타지주택 소유 비율은 무려 36.29%에 달한다. 강남 3구에서 전세를 사는 10가구 중 4가구 가까이는 다른 곳에 자기 집을 갖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 비율이 다른 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총 전세 6만7642가구 가운데 2만7636가구가 타지에 주택을 소유해 타지 주택 소유 비율 40.85%로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서초구가 40.52%, 송파구는 30.27%의 타지 주택소유 비율을 보였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셋값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본인 집으로 돌아기기 힘든 경우라면 전셋값 상승분을 자기집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고 그 비용은 결국 하위 세입자에게 계속 떠넘겨지게 될 것”이라며 “특히 대출을 끼고 자기 집을 산 경우라면 은행 추가 대출이 어렵다보니 그럴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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