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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다문화 관용주의는 신화일 뿐"

입력 : 2011-07-27 10:02:38 수정 : 2011-07-27 10: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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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분쟁 전문가 "반(反)무슬림주의 동조자 의외로 많을 수도"

"현실 인정하고 솔직한 대화 나누는 것이 추가 폭력막는 해결책"
"브레이비크의 생각에 부분적으로 공감하는 노르웨이인이 50%에 이를 수도 있다".

세계적 명성의 노르웨이국제문제연구소(NUPI)에서 테러 등 분쟁 문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헬게 루라스 연구원(40)은 26일 연쇄 테러 용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인터넷 선언문 등을 통해 주장한 반(反) 무슬림 사상 등에 부분적으로 공감하는 노르웨이 국민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으며 이를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ㆍ파키스탄ㆍ리비아 등 중동 지역 분쟁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로 유명한 루라스는 이날 오후(현지시간) 오슬로 시내에 있는 국영 NRK 방송사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노르웨이가 다문화주의에 관용적이라는 평가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기 보다 신화에 가깝다"며 "많은 노르웨이인들이 무슬림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문제의 솔직한 인정과 토론을 금기시하는 이 같은 사회적 통제 분위기가 브레이비크라는 극단주의자를 낳은 배경이라며 극우파와 극좌파, 이민자 집단들 모두가 참여하는 적극적 대화만이 추가적 폭력과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루라스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 이번 테러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나.

▲ 이번 사건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폭력이다. 보안 기관도 예상하지 못했고,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장기적으로 노르웨이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어쩌면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변화할지 모른다. 당장 유럽 국가의 보안 기관들이 극우주의 집단들을 더 철저히 감시하고 점검하게 될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브레이비크라는 이름과 이번 테러와 연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브레이비크가 테러 직전 인터넷에 올린 선언문의 내용은 분명 그 자신만의 생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념의 몇몇 부분들은 이미 유럽 전체에 퍼져 있다. 유럽연합(EU)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이민 장려 정책을 국가 배신행위로 보는 것 등이 그것이다.

브레이비크는 특별히 한국이나 일본, 대만 등을 고유한 민족성을 유지해 나가면서 이민 수준을 적절히 조절하는 이상적인 나라로 평가했다.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감은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 전체에 널리 퍼져 있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EU에 대한 평판도 안 좋아진 상태다. 실제로 브레이비크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 이민자 전체가 문제라는 것인가. 무슬림 이민자가 문제라는 것인가.

▲ 브레이비크의 관점에서 보자면 무슬림 이민자들일 것이다. 그가 쓴 글을 보면 분명하다. 그는 무슬림들이 유럽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아랍 국가들의 유럽에 대한 음모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무슬림들이 유럽을 차지해 버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브레이비크는 선언문에서 '우리는 모든 이민을 중단시키거나 잠시 동안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히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말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무슬림들 사이에도 다양한 차이가 존재한다. 어떤 집단의 사람들은 노르웨이 사회에 통합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가난하고 심리적 상처를 갖고 있으며 문화적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온 소말리아인들 같은 경우다. 반면 현지 사회에 잘 적응하는 무슬림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이 문제가 아주 복잡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민자들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이는 다양한 이민자 집단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방해하고 있다.

사실 무슬림이나 코란과 관련된 단어들을 쓰지 않고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정치가들이 테러리스트들은 진정한 이슬람 신자가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보통 사람들은 무슬림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하지만 이번 테러 사건은 무슬림 대 반(反) 무슬림 세력의 충돌은 아니지 않는가.

▲ 사실 이번 사건은 유럽인들 내부의 문화적이고 이념적인 분쟁과 관련이 있다. 유럽적 정체성을 순수하게 지키고 싶어하는 세력과 문화적 차별에 반대하는 세력 간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문화 차별에 반대하는 세력이 브레이비크의 가장 큰 적인 것이다. 그의 테러는 노르웨이나 유럽 사회로 무슬림들을 받아들이는 데 찬성하는 자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 노르웨이는 지금까지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외국문화, 특히 이슬람 문화에 관용적이란 평가를 받지 않았나.

▲ 그 같은 평가는 사실 현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 신화라고 봐야 한다. 물론 노르웨이가 다문화주의에 대해 관용적으로 비치는 이유는 분명 있다.

브레이비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해도 그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 거의 금기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말하지 않는다. 좋은 직업을 얻으려면 문화 차별에 반대한다고 말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국경을 열어 놓고 다른 문화를 가진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이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비크는 정부가 이민에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권력을 이용해 국민이 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본다. 이것이 그가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근거다. 어떻게 보면 국민이 자신의 의견을 열린 민주적 과정에서 최대한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브레이비크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을 줄이는 방법일 지도 모른다.

-- 얼마나 많은 노르웨이인들이 브레이비크의 이념에 공감한다고 보나.

▲ 그것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아마 1% 미만의 사람들이 브레이비크가 말하는 모든 얘기를 지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매우 적은 사람들이 말이다. 어쩌면 브레이비크 혼자만이 그 모든 주장에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이념 중 몇몇 부분들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훨씬 많을 수 있다. 약 50%의 노르웨이인이 이민을 줄여야 한다거나 이민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주로 무슬림 이민자들을 염두에 둔 생각이다.

이민에 대한 회의감은 아마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는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노르웨이는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민이나 유럽연합에 대한 회의 등이 이미 유럽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 개인적으로 노르웨이에 사는 무슬림들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나.

▲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 어쩌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문화의 차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을 대할 때는 추가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다문화 사회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아무도 솔직한 생각을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브레이비크가 용감한 희생을 택했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겠다.

▲ 그게 바로 브레이비크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이 시점에서 그런 극단적 행동을 택해야만 했냐는 거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처럼 이민 문제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나를 제외하면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다.

왜냐하면 이런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이 '당신도 브레이비크와 같은 생각이요'라고 묻기 때문이다. 이게 위험한 것이다.

분명 브레이비크는 어떤 조직의 지도자는 아니다. 테러 계획을 실천하면서 다른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후면 그의 행동에 영감을 받아 그를 이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아마 노르웨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을지도 모른다. 이번 테러로 인해 브레이비크식 이념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따라 자신이 한 일을 이어가는 것이 브레이비크가 원한 바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 사건이 어떤 거대한 사건의 시작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 해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 생각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민에 대한 토론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우파와 극좌파, 이민자 집단들 모두가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소수의 사람들만 토론 과정에 포함시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내놓지 못하게 되면 브레이비크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정, 그리고 솔직한 토론만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 이번 테러 사건으로 노르웨이가 '평화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잃어 버리지 않을까.

▲ 그럴 수도 있지만 타격이 그렇게 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이미지가 한 번에 쉽게 파괴되거나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충격에 빠져서 손을 맞잡고 슬퍼하는 노르웨이인들의 반응 또한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이고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겠다. 노르웨이인이라고 해서 특별하거나 한 것이 아니다. 우리도 다른 나라의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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